[이소영의 건강&생활] 마스크 시대의 마음 이론

[이소영의 건강&생활] 마스크 시대의 마음 이론
  • 입력 : 2020. 08.12(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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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이론'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론'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과는 달리 어떠한 학설의 이름이 아닌 사회적 인지 기능 중 하나를 지칭하는 말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정신 상태, 즉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이나 의도, 다른 감정,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을 말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짐작 또는 추론에 불과하므로 이론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도 그럴 법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본래 정량화하기 힘든 것이지만 과학적 접근을 위해 마음에도 객관적인 평가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마음 이론이라는 기능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평가하기 위해 지능 검사나 집중력 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검사 도구들이 존재한다. 그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것 가운데 하나가 RMET(Reading the Mind in the Eyes Test) 이른바 눈에서 마음 읽기 검사이다. 이 검사는 다양한 감정 상태를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사진에서 눈 부분만 오려내 피험자에게 보여주고 어떤 감정인지 맞히게 한다.

사람의 눈을 보고 감정을 짐작하는 게 언뜻 쉬울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한데, 신기한 점은 이 검사가 피험자의 마음 이론을 꽤나 잘 대변하고, 또 마음 이론이 필수 전제가 돼야 하는 공감 능력과 관련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이 어떨 것이라고 단순히 추론하는 것을 넘어 직접 그 사람의 입장이 돼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감 능력이란 마음 이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높은 차원의 정신 기능이며 마음 이론이 없이는 공감 능력 또한 존재할 수가 없다.

코로나19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지만 이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것 만큼은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생활 속 거리 두기에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모두가 이런 생활에 장기적으로 적응해야 하는데, 대부분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는 걸 보면서 이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도와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숨 쉬기도 힘들고 누군가와 대화 하기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비단 목소리가 마스크에 막혀 잘 안 들려서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 전체를 보고 대화하지 않으니 의사소통 과정에서 뭔가가 빠진 느낌이 든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불필요한 병원 방문이나 의료진 접촉을 줄이려다 보니 많은 임상 연구들이 멈춰 있다. 필자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사이 과거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논문으로 써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눈에서 마음 읽기 검사를 사용한 마음 이론 연구 자료를 정리하다가 문득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된 시대에 눈만 보고도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 이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가 다 함께 배우고 있듯이 세상일이란 뜻대로 되지 않고 예측대로 맞아떨어지지도 않는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공감하고 지지하며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소영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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