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정치인의 말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정치인의 말
  • 입력 : 2020. 08.27(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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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의 '말'은 종종 이슈가 된다. 최근엔 그런 일이 부쩍 잦아져 입만 떼면 기사가 되는 것 같다.

지난달 원 지사의 입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는 SNS에서 어린이집 부실 급식 문제를 정면 비판했다. 전날 보육노조가 부실 급식 사진을 공개해 전국적으로 공분이 일자 원 지사가 "화가 난다"며 곧바로 반응한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어김없이 뉴스로 소비됐다. 원 지사는 이틀 뒤 SNS에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영상까지 찍어올렸고, 또 기사로 소개됐다. 이 발언은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였다. 제주도가 부실 급식 논란에 강력 대처한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과 원 지사 개인적으로는 부정적 이슈를 역 이용해 존재를 부각 시킨 것이다.

정치인은 잊혀지면 끝이기에 끊임없이 존재를 노출해야 한다. 스스로 이슈를 만들수 없다면 '만들어진 이슈'에라도 올라타는 것이 정치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원 지사 발언에 정치적 목적이 숨어있다해도 마냥 타박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급식 관리감독은 제주도가 하는데 모든 책임이 어린이집에게 있는 것마냥 유체이탈 화법도 그렇고, 부실 급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 요청을 제주도가 묵살해왔다는 노조 주장에 대해 일말의 대꾸도 없었던 점도 못마땅하다. 공무원이 조리 모습을 찍으려고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주방에 설치할 것이라며 인권 침해 논란에 대응할 때 원 지사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조리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며 두번째 SNS를 게시했단 사실에선 실소마저 나온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건 이런 이유 탓이다. 우리에겐 정치인 말 속에 가려진 근원적 문제를 좇는게 정치인 한명을 조명하는 일보다 천배만배 중요하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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