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기억을 담다 도시재생공간 탐색] (2)제주책방·사랑방

[원도심 기억을 담다 도시재생공간 탐색] (2)제주책방·사랑방
산지천에서 살아온 생애들 그 옛집에
  • 입력 : 2020. 09.21(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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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건축된 고씨 주택
일식 건축·제주 민가 공존
철거 위기 딛고 살아남아
특화된 콘텐츠 보강 필요


6년 전, 제주시 관덕로 17길 27-1에 살던 고모씨 앞으로 제주도에서 한 통의 문서가 날아든다. 2014년 7월 15일자 전결이 이루어진 '소송(부당이득, 토지인도 단행 가처분 등) 추진 예고 통보'였다. 탐라문화광장 조성 과정에서 토지와 영업 보상을 완료하고 수차례 이주 요청을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업 추진에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고 있다며 부득이 소송 등을 통해 권리를 보전받고자 제주도에서 소송을 진행할 예정임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수신자는 그를 포함 그 일대 건물에 있는 12명이었다.

철거 위기에 놓였던 2014년의 고씨 주택. 사진=진선희기자

다행히 그 주택은 헐리지 않았다. 제주도가 탐라문화광장 부지에 있는 5개동의 매입 건물에 대해 문화시설 등으로 보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철거하지 말고 과거 제주 사람들의 문화를 알려주는 장소로 남아 있었으면 한다"던 고씨의 바람이 통했다.

이 과정에 사단법인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등 문화단체들의 힘이 컸다.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는 제6기 도정 준비위원회에 해당 주택을 보존해야 한다는 민원서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존치 운동을 폈다. 지금은 제주도가 제주도시재생센터에 위탁 운영을 맡겨 제주책방과 제주사랑방으로 변신한 고씨 주택이다.

제주사랑방으로 변신한 옛 고씨 주택 안거리. 사진 오른쪽 밖거리는 제주책방으로 바뀌었다.

고씨 주택은 제주 민가의 그것처럼 안거리, 밖거리 2동으로 건축면적 159.8㎡, 연면적 159.8㎡ 규모다. 제주책방·사랑방 입구에 들어서면 1949년 건축(건축물관리대장 기준)된 근대 건축물인 고씨 주택을 보존한 배경이 안내판에 담겨있다. 도시재생센터는 지간(地間)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해 "이 주택은 기술적으로는 일식 건축을 참고해 지었지만, 기능적으로는 제주 민가의 전통적 내용을 계승하여 지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과도기적 건축물"이라고 소개했다.

제주도가 탐라문화광장 부지 건물주 등에게 소송을 예고했던 그날,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유형분과는 고씨 주택의 보존 가치를 인정하는 심의를 벌였다. 이를 토대로 제주도가 문화재청에 국가등록문화재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장조사도 실시됐으나 당시 문화재 등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제주사랑방 내부.

오늘날 고씨 주택은 약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6년 6월~2017년 1월 '복원 공사'를 마친 후의 모습이다. 과거의 얼굴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2019년 4월부터 3개월에 걸친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밖거리(바깥채)는 제주책방, 안거리(안채)는 제주사랑방으로 가동되고 있다.

제주책방은 제주 관련 행정자료와 도서를 열람할 수 있도록 꾸몄다. 10월까지 도서목록 작업을 마칠 예정인데 9월 현재 역사, 사회과학, 문학, 언어 등 2500권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 제주사랑방은 동호회, 취미 모임 등으로 대관이 가능한 공간이다. 4인이나 6인이 이용 가능한 활동실 3실을 갖췄다.

제주책방은 제주 관련 행정자료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제주도시재생센터가 홍보하듯, 제주책방이 제주시 원도심에 숨은 근대건축물을 꺼내어 기억할 수 있는 곳이라면 도서 수집이나 자료 수증 시 제주 건축, 원도심 등 콘텐츠의 특화가 필요해보인다. 제주사랑방엔 동문시장 사람의 인터뷰보다는 옛 고씨 주택 거주자의 육성 등 해당 공간과 관련된 자료가 전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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