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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파란의 시대에도 그림이 밥보다 중했기에
조상인의 '살아남은 그림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09.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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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무연고자로 쓸쓸한 죽음을 맞은 화가 나혜석. 생전에는 집에 큰불이 나서 소실됐고 사후에는 원고와 그림이 있던 오빠 집이 한국전쟁 때 북한군에 의해 점령되면서 불쏘시개로 사라졌다. 살아서 약 300점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건 40~50점 정도이고 그마저 진품은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식민지배, 전쟁 등으로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렵던 시절에 화가로 살아남기는 더 힘들었다. 그럼에도 끝내 그리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들의 작품이 풍파를 견디고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살아남은 그림들'이다. 미술·문화재분야 전문기자인 조상인씨가 현존 작가를 포함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을 그같은 표제를 달아 담아냈다. '황톳빛 제주화' 변시지, 이름을 딴 공립미술관이 있는 이중섭·김창열, 공립 제주현대미술관에 상설전시실을 둔 김흥수 등 제주와 인연있는 화가들도 보인다.

이들 중엔 정치적인 탄압이나 가난을 처절하게 겪은 화가들이 적지 않다. 그래도 그림이 밥보다 중하고 목숨만큼 귀했다. 종이 살 돈이 없이 담뱃갑 은지를 재료로 쓴 이중섭의 사연은 알려진 바다. 저자는 윤중식이 피난 중에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르는 종이를 무릎에 놓고 밤마다 그렸던 일화를 전한다. 이응노는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는 동안 흘린 밥풀로 조각을 빚고, 먹고 남은 간장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시대를 읽는 징표도 된다. 피난시절 제주에 머물렀던 최영림은 전쟁이 끝나고 30년이 지나서야 한국전쟁의 비극을 화폭에 실을 수 있었다. 윤형근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참사를 전해들은 뒤 꼿꼿하던 화폭 속 기둥들을 비스듬히 무너뜨렸다.

코로나19라는 지금의 위기상황은 또 어떤 명작을 남겨줄까. 고난 속에서 희망을 움틔웠던 그림들을 보며 그런 질문이 떠오를 듯 하다. 눌와. 2만1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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