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의 월요논단] 인도(印度) 알기 9 : 몬순(Monsoon)

[김성은의 월요논단] 인도(印度) 알기 9 : 몬순(Monsoon)
  • 입력 : 2020. 09.28(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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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농부들에게는 물이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나일 강의 범람 정도에 따라 행·불행이 결정됐다고 한다. 범람한 높이가 12엘(1엘은 약1.5m)이면 배고픔, 14엘이면 행복, 18엘은 재앙을 의미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도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습한 계절풍인 몬순 기간중 강우량은 매우 중요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몬순 중 인도의 강우량은 825mm로 연간 1073mm의 77%일 정도로 집중적이다. 인도는 전체인구의 40%가 농업에 종사하고, 농업이 GDP의 17.5%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인도는 관개시설이 부족해 몬순의 강우량이 농가소득과 물가 등 경제에 직접적이고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업의 경우 제때 적절한 강우, 즉 좋은 몬순은 곡물, 채소 및 환금 작물 가격의 하락을 가져오고, 이는 관련 산업인 면직물, 설탕, 기름 등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와 반대로 과다 또는 과소 강우, 즉 몬순 실패는 곡물 및 식품가격의 상승을 낳아 국민들의 식품과 외식지출 감소로 이어지고, 집에서 요리해 먹는 빈도가 높아지게 된다. 참고로 인도인들의 주요 식품인 양파, 토마토, 감자의 작황은 매우 중요한데, 양파의 경우, 전국에 적용되는 양파 지수(Index of Onion)까지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몬순 실패가 빈번해 많은 인도 농민들은 인도정부의 대출감면과 최소지지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농사실패로 삶을 포기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마하라쉬트라주(州)의 경우, 2018년 상반기중 1307명(매일 7명)이 생을 마감했다.

또한, 몬순에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중의 하나가 금융업이다. 좋은 몬순은 농민들로 하여금 주택이나 차량 구입을 위해 은행대출을 늘리게 하고, 이는 은행대출 포트폴리오와 예대 마진 증가로 이어져 이자율의 탄력적 운용을 가능케 해 결국은 은행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몬순 실패는 농민들의 채무불이행이 증가해 은행 부실자산이 늘어나는 한편, 물가상승을 상쇄하기 위해 이자율이 상승함으로써 농민들로 하여금 주택이나 차량 구입을 위한 은행대출을 연기하게 만든다.

몬순은 농업, 금융뿐만 아니라 통신업, 건설업 등 국가의 거의 모든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인도의 진정한 재무장관은 '몬순'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오래전 브라만 사제들은 계절의 주기에 대한 독점적 지식을 갖고, 기우제가 포함된 몬순관련 종교의식을 주관하면서 자신들의 권위를 쌓기도 했다.

한편, 기후변화는 인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인도 해군이 건기중인 2017년 12월 4일 전국차원의 야외 행사를 준비했는데, 행사 시작 전 폭우가 장시간 쏟아져 결국은 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필자는 외국에 살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을 자주 보아왔다. 이제 해발 300m 이하 지역이 이미 아열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우리 제주도도 기후변화에 미리미리 대처해야 할 것이다.

<김성은 제주도국제관계대사·전 뭄바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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