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제주愛 빠지다](4)남원읍 신흥리 강은주씨

[2020제주愛 빠지다](4)남원읍 신흥리 강은주씨
"제주에서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민박 꾸리며 감귤과수원 임차 경영
1차제품 담은 제주꾸러미사업 관심
  • 입력 : 2020. 10.12(월) 18:28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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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주씨가 민박집 마당 한켠에 놓인 나무의자에 앉았다. 남편이 직접 나무로 만든 나무의자는 민박 손님들에겐 포토존이자 강씨 부부가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나누는 공간이다. 문미숙기자

"부지런하고 정직한 제주사람들이랑 어울려 지내고, 조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주생활이 만족스럽다. 대학생 아들이 사는 경기도에 가끔씩 가면 제주로 빨리 가고 싶을 정도다."

 동백마을로 유명한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에서 농어촌민박 '제주하늘바람'을 운영하는 민박지기이자 감귤밭을 빌려 농사짓는 강은주씨. "물질적인 것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다"며 50살쯤에는 경기도를 떠나 어디든 귀촌하자던 부부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 제주 이주 5년차 도민이다.

 두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귀촌한 강씨는 "얼마 못가 후회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신흥리에 1500㎡의 감귤밭을 사들여 2층집을 짓고 농어촌민박 '제주하늘바람'의 주인이 됐다.

 농촌마을에 이주민이라곤 없던 당시 그녀는 마을 어른들에 떡을 돌리고, '삼춘'이라 부르며 다가섰다. 초반엔 제주사투리가 투박하게 느껴져 이질감도 느꼈는데, 낯설어하던 마을주민들도 잘 정착하라며 차츰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집 한쪽의 500㎡ 남짓한 감귤밭 경영이 농사경험의 전부이던 그녀는 이주 이듬해인 2017년에 거주지 인근에 3300여㎡의 감귤밭을 임차했다. "뭘 모르면 용감하다는데 겁도 없다"며 주변에선 걱정했지만, 그녀는 마을 삼춘들에게 수없이 묻고 도움을 얻어 농약을 치고 전정해 농사지은 귤을 지인과 알음알음으로 모두 택배로 내다팔았다. 손해는 안봤으니 첫 해 성적치곤 합격점이었다.

 지난해에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달마다 진행하는 감귤교육도 받고, 올해는 농사를 정직하게 짓고 싶어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 인증도 받았다. 올 여름엔 풋귤과 풋귤칩도 소량 만들어 판매한 그녀는 '제주 꾸러미사업'에 관심이 많다. 올해 마을 주민들의 한라봉을 구입해 택배 판매하기도 한 그녀는 제주산 감귤을 중심으로 고사리, 돼지고기, 수산물 꾸러미를 회원제로 파는 사업을 내년쯤부터는 조금씩 시작해서 반응을 살펴볼 생각이다. 그만큼 제주제품이 도시 소비자들에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녀의 제주 이주 초기 주말마다 제주를 찾던 남편은 지난해 직장을 그만두고 제주생활에 합류했고, 대학을 졸업한 딸도 제주에서 직장생활중이다. 남편이 과수원 한켠에 지은 창고는 귤 수확철이면 택배작업장이 되고, 평소엔 마을 언니들과 가끔 맛난 음식을 차려먹으며 수다떠는 공간이 된다.

 서귀포시 귀농귀촌인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그녀는 "우리 민박에서 한달살기로 묵었던 이들이든, 내가 농사지은 감귤을 구입한 이들이든 제주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메이드 인 제주'를 팔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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