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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작가의 詩(시)로 읽는 4·3] (80·끝) 코카콜라-문병란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0.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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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에 에그 후라이 기름진 비후스틱

비계 낀 일등국민 뱃속에 가서

과다지방분도 씻어낸 다음

삽상하고 시원하게 스미는 코카콜라

오늘은 가난한 한국 땅에 와서

식물성 창자에 소슬하게 스며들며

회충도 울리고 요충도 울리고

메스꺼운 게트림에 역겨움만 남은 코카콜라

병 마개도 익숙하게 까 젖히며

제법 호기 있게 거드름을 피울 때

유리잔 가득 넘치는 미국산 거품

모든 사람들은 너도나도 다투어 병을 비우는구나

슬슬 잘 넘어간다고 제법 뽐내어 마시는구나

혀끝에 스며 목구멍 무사통과하여

재빨리 어두운 창자 속으로 잠적하는 아메리카

뱃속에 꺼저버린 허무한 거품만 남아있더라

혀끝에 시큼한 게트림만 남아 있더라

제법 으스대며 한 병 쭉 들이키며

어허 시원타 거드럭거리는 사람아

-'코카콜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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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에서 시는 반미투쟁을 포함한 반정부운동의 효과적 도구였다. 창작하기 간편하고 정치적 탄압이 심한 상황에서 배포하기도 쉬웠다. 군사정권의 억압이 극도로 가혹할 때 민족문학 또는 민중문학 운동의 중심이 되었다. 반미시는 홍보나 선전선동을 위한 다양한 유인물에 자주 실렸다. 또한 항의시위 노랫말이 되기도 했고, 삽화를 곁들인 자료집으로 출판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는 문병란 시인을 "화염병 대신 시를 던진 한국의 저항시인"이라고 불렀다. '조선일보'는 시인을 "무등산 등신대(等身大)"라고 불렀다. 그뿐인가. 시인 가까이서 민주화투쟁의 길을 걸었던 동지들은 "모성을 지닌 끈질긴 대지의 시인" "영원히 늙지 않는 대지의 시인" "가장 도덕적인 시인" "전라도시인, 민중시인, 민족시인" 그리고 "광주의 대부" "무등산의 파수꾼" 이라고도 불렀다. 군사 독재정권의 탄압에 맞서 저항하며 현실의 부조리를 형상화하거나 의식의 내면을 탐구하는 지극히 참여적인 시를 써 온 시인.

왜 이처럼 유독 시인에게만 찬사와 경하와 수식어가 붙는가. 그것은 유신과 군사독재정권 하에서의 문병란은 시인이요, 스승이요, 민주투사로서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순(耳順)이 넘도록 오로지 광주를 지키며 무등산에 올라 무등산을 남한의 백두산이라고 노래한 광주의 시인. 5월 광주의 피비린내도 미치도록 푸르른 하늘 아래서 꽃향기로 필 수 있었고, 그에 따라 4월 제주도 수많은 영령들의 숨결로 한라산의 품안에서 고이 잠들 수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김관후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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