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암 적거 터 복원 제주 유배문화 공간으로"

"충암 적거 터 복원 제주 유배문화 공간으로"
제주학회·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김정 유배 500년 세미나
기록 속 금강사 옛 절터 근거 일도1동 새로운 적거 터 추정
제주 유배인 전수조사 등 유배 연구 지속 필요성도 제기
  • 입력 : 2020. 10.30(금) 20:38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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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제주대박물관에서 '충암 김정 유배 500년' 학술 세미나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진선희기자

제주 유배인 충암 김정의 적거 터를 바로잡고 이를 제주 유배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더불어 인물사와 스토리텔링을 넘어 제주 유배 연구가 지속적이고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단법인 제주학회(회장 정광중)가 주최하고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이사장 김찬수)가 주관한 '충암 김정 유배 500년' 학술세미나 자리에서다.

30일 오후 2시부터 제주대박물관에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한라일보 편집국장, 논설실장을 지낸 강문규 작가는 '충암 김정의 적거지 복원·활용을 위한 제언' 주제 발표를 통해 "유적지 표석을 세우는 데 일조했던 사람으로서 결자해지 차원에서 오류를 바로잡고 이해를 구하려 한다"며 새 적거 추정지로 제주시 중앙로 13길 26-5(일도1동 1486-6) 일대를 제시했다. 이는 '제주풍토록'에 나온 "내가 거처하는 곳은 제주성 동문 밖 반리 떨어져 있는 금강사 옛 절터에 있다"에 근거한 것이다.

강 작가는 "현재 폐가가 된 해당 토지는 300여 평방m 정도이고, 토지 주변 여건도 열악해 매입에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적거지 복원이 이루어진다면 보존 관리는 해당 지역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맡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 작가는 "흔히 제주의 유배문화를 논하면서도 서귀포 추사유배지를 제외하면 적거지 하나 찾아볼 수 없고, 유배자료관 하나 갖춰지지 않은 현실"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앞서 김일우 제주역사문화나눔연구소장은 '충암의 '제주풍토록' 다시 읽기' 주제 발표에서 시기가 가장 이른 제주풍토지인 '제주풍토록'이 지닌 사료적 가치에 주목했다. 김 소장은 "제주의 기후, 가옥, 신앙, 제주어, 풍속, 민정, 지형, 토산, 서식 동식물, 형승, 유배생활로 꾸며진 '제주풍토록'은 김정이 제주에서 유배살이를 하면서 직접 체험하거나, 혹은 얻은 견문의 사실에 근거해 썼다"면서 최초의 제주풍토지이자 16세기 전반 제주의 실정이 생생하게 담긴 데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김정은 성리학적 소양이 깊고, 사후에도 유림으로부터 추앙될 만큼 그 사상에 투철한 인물이었다. 반면 제주는 조선시대 내내 성리학적 이념이 사회문화로서 규범화가 덜 진척된 곳이었다"며 "이에 김정은 자신의 주관에 근거해 16세기 전반 제주의 실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게 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충암 김정, 그는 누구인가?'에 대해 발표한 홍기표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지금까지 제주 유배인에 대한 전체적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지속적인 유배인 전수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은 김오순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지원팀장, 오상학 제주대 교수, 김진철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이 맡았다. 오상학 교수는 "'제주풍토록'은 제주의 실사구시적 지리서의 선구적 저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오늘의 학술세미나를 통해 후속 연구가 활성화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세미나에 이어 31일 오전 10~낮 12시에는 '충암 김정 선생의 자취를 따라서' 답사를 벌인다. 오현단에 집결해 제이각, 남과원, 금강사, 충암 적거 추정 터, 이정, 판서정 추정 터, 충암 적거 터 표석, 동문지를 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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