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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결혼이라는 이야기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0. 1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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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올해는 아버지의 칠순이다. 연초에 계획된 부모님의 칠순 동반 부부 해외 여행은 여러가지 이유로 취소됐다. 그런데 70이라는 숫자는 그냥 지나치기엔 무겁고 애틋해서 해가 가기 전에 계획한 곳이 아니더라도 기대한 시간은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살고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바다로 두 분은 이박 삼일 간의 여행을 떠나셨다. 거의 일 년여 만에 부모님의 집에 홀로 남겨진 나는 기념 여행의 빈 공간에 남겨져 숫자들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올해로 마흔 하나이니 부모님의 이번 여행은 결혼 40주년 기념 여행이기도 했다. 마흔 번의 가을을 함께 보낸다는 것, 일흔 번의 생일을 맞은 반려자와 이박 삼일 간의 여정을 같이 한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일까.

공교롭게도 그 생각의 시간 동안 나는 노아 바움벡 감독의 영화 '결혼 이야기'를 보았다. 지난 해 이맘때 쯤 개봉한 작품으로 올 초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을 비롯 남녀주연상과 각본상 등 주요 부문에 후보 지명된 작품이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두 배우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이 결혼의 끝을 마주한 부부를 연기했다.

영화 '결혼 이야기'는 정말 많은 양의 대사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어떤 장면들은 자막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다. 물론 그 버거움은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생생하고 리드미컬한 이 영화의 뛰어난 각본에 대한 만족의 방증이기도 하다. '결혼 이야기'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 작품 이었다고 하는데 충분히 수긍이 간다. 게다가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로라 던 등 배우들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하게 그 대사들을 생활의 공간 안에 안착시켰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관객의 귓가를 쟁쟁 울리는 두 주인공의 대화들은 부부 싸움이라는 매일의 전쟁을 아프고 슬프게 들려주고 보여준다. 행복을 꿈꾸며 시작한 부부라는 관계는 스스로의 크기와 상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스포츠 경기에 가까운 인내력 대결로 이어지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애정과 책임의 존재는 이혼이라는 과정 앞에서는 무엇보다 커다란 감정의 대상이 된다. 잘 헤어질 수 있다는 말은 비문이고 잘 헤어졌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결혼 후에도 그리고 이혼 후에도 각자와 서로의 삶은 지속된다. 부부라는 이름에는 엄마와 아빠라는 책임이 더해지고 전 남편과 전 아내라는 호명 그리고 친구도 애인도 아닌 지나간 누군가가 된다는 쓸쓸함 또한 얹혀진다. 부부의 세계란 결혼이라는 약속의 의식 이후 둘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함께한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일에는 이혼이라는 이별의 과정이 담겨 있기도 하다. 다르고 닮아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린 관계의 시작은 그 끝을 향해 서로를 데우고 그을리며 이어진다. 결혼이라는 무수한 이야기들의 시작은 많은 이들의 삶에서 비롯된다.

즐거운 칠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나의 부모님은 돌아오던 차 안에서 다투고 말았다고 한다. 어쩌면 이렇게 변하는 것이 없냐고 서로에 대해 불평하던 둘은 돌아온 집 안에서는 역시 집이 최고라며 각자의 일을 다시 시작했다. 함께 차를 마시고 손자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잘 이부자리를 챙기는 각자를 위한 서로의 시간은 그렇게 또 이어졌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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