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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희의 백록담] 2020년 역병이 일깨운 '함께'라는 가치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0. 12.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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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탁라(乇羅) 온 고장의 백성이 이런 부진(不辰)한 때에 태어나서 기근을 거듭 당한 지 이제 3년째에 이르고, 게다가 혹독한 염병을 만나 열 사람 가운데에서 한 사람도 낫지 못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숙종42년(1716) 윤3월 9일의 기사 중 일부다. 순풍을 기다려 제주섬으로 곡식을 보내고 의사(醫司)를 시켜 약물을 넉넉히 보냈으나 그것이 마치 한 움큼의 물과 같아 두루 구완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그 뒤를 잇는다. 이 시기 전후 4년 동안 제주엔 굶어 죽고 병들어 죽은 사람이 수천명을 헤아렸다. 임금은 애도한다. "가엾은 우리 백성은 죄가 없고 허물이 없건만, 하늘이 어찌하여 이처럼 혹독하게 재앙을 내리는가?"

300여 년 전 제주는 아득히 먼 시절이고, 현대의학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질병 치료도 수월해졌다. 하지만 역병으로 고통받는 이 땅의 현실은 그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인류는 끈질기게 감염병의 터널을 헤쳐왔으나 때만 되면 또 다른 거센 파도가 우리 앞을 가로 막곤 했다.

늦봄 지나 여름이 되면 기세가 확 꺾일 줄 알았다. 불행히도 겨울 들어 기세등등해질 거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았다. 우린 지금 코로나19 최대 확진자 수가 바로 오늘 그 숫자이길 바라며 찬 계절을 건너고 있는 중이다.

제주도청이 2020년 한 해 동안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를 언급한 횟수는 최근까지 1500건이 넘는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월 "국내에서 중국 우한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지역사회의 감시와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시작으로 하루에 4건꼴로 제주도민들은 제주도가 생산하는 코로나 관련 정보를 지면이나 인터넷으로 마주했다.

초반엔 방역 당국에서도 코로나 확산세가 거셀 줄은 몰랐을 것이다. 설 연휴 첫날에 제주도지사는 귀성객과 관광객들을 환영한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환대' 분위기는 머지않아 바뀐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3월 해외 여행 이력이 있는 사람이 자가격리 기간을 지키지 않고 제주 관광 후 확진 판정을 받은 걸 두고 "제주도는 코로나 피난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은 더 엄중해졌다. 일상을 의도적으로 멈추라고 하는 이즈음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는 '함께'다. 감염병 시국의 거리두기로 벌이가 크게 줄어들거나 없어진 이들과의 생활 격차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자체가 새해 어디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펴는지가 중요하다. 지난달 제주도지사의 새해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그 얼개가 드러났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제주 문화예술인 복지지원센터 운영, 100억 규모 문화예술복지기금 조성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미 지난 6월 제주도가 '도지사 특별명령'이라며 내놓았던 문화예술 코로나 대응책을 재차 제시한 것이지만 진전이 있길 기대해본다. 시정 연설의 기치로 내건 '청정과 공존'이 허울 좋은 구호로 그쳐선 안 되듯, 문화예술 지원도 장식품으로 취급해선 안 된다. 도서관에서, 공연장에서, 미술관에서, 때론 랜선을 타고 왔던 마음의 방역을 떠올려보자. <진선희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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