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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만석의 한라칼럼] 어른이 사라진 세상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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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시작됐다. 언제나 그렇듯 한 해의 시작은 지난 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해의 희망과 소원을 비는 일로 시작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전국 일출 명소의 일시적 폐쇄도 새해 첫 일출과 함께 하려는 각자의 욕구를 완전히 제어하지는 못했다. 누군가는 가족의 평안을, 또 다른 누군가는 소망의 성취를 기원하는 그 의식의 뒤편에서 새해 첫날의 해는 수많은 사람의 소망으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어김없이 떠올랐다.

이렇게 또 먹고 싶지 않은 나이를 먹었다. 일반적으로 '먹다'라는 의미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분해하는 행위인데, 나이는 무엇을 소화시키고 분해하는 것일까. 한 살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사계절 열두 달의 시간이 담긴 세월의 서사를 받아들여서, 몸 구석구석 시간이 가져온 영양분을 나르고 흡수함으로써 더 깊어지는 나이테를 새기는 일이다. 나이테의 모양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여주는 것이고 삶이 곧고 동그란 나이테를 쌓아가는 것이라면, 나이는 그저 시간이 가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숙돼 가야 하는 것이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이다. 어른이 인격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꼰대가 되고, 삶의 지혜와 경험을 전수하는 존재가 아니라 피해야 하는 존재가 됐다. 우리 시대의 어른은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휘두르고 막말을 하는 이미지가 덧칠되고,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를 외면하는 외골수의 모습으로 각인된다. 지금 학생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시대를 대표하는 어른이 존경 받는 사람으로 뽑히기도 하였지만, 아마 존경하는 사람이 없다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BTS 등 그 세대의 아이돌 이름이 언급될 것이다. 아이돌은 단지 문화의 전파자가 아니라 현 세대 청소년의 정서와 정체성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멘토이자 역할 모델이 된다.

어른이 사라진 이유는 정보가 여러 경로로 넘쳐나며 영웅 신화가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과 아기장수 이야기처럼 영웅 탄생을 원치 않는 사회의 비정함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대 어른의 부재는 시대의 변화 탓이 아니라 어른 자체의 모순과 결함 때문이다. 영끌로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는 젊은이들에게 여태껏 부동산과 주식 폭등의 혜택을 누려왔던 기성세대가 무모한 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낸다. 물질만능의 풍토 속에서 편법과 불공정과 차별을 정당화하며 기득권을 누려온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아픈 게 청춘'이라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입바른 소리를 하는 모순은 또 어떠한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고운 나이테를 쌓아가는 일이다. 세월의 경륜을 더하고 인품의 향기를 짙게 하는 일이다. 올 한 해가 나를 채워가는 시간으로, 나의 나이테를 곧게 만들어가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존중 받지는 못 하더라도 경멸 받지는 않는 성숙한 어른의 시간이었으면 한다. 어른이 있는 세상은 결국 위로와 배려가 있는 세상이고, 우리는 위로와 배려 속에서 삶의 풍요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으니… 새해 각자의 마음 속에 어른 한 명이 새겨지는 시간이기를, 그래서 올해 힘겨움 속에서도 충분한 위안과 행복이 넘칠 수 있기를….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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