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3 유가족의 유품 사진과 글이 담긴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를 냈던 고현주 사진가는 이번에 디아스포라로 살고 있는 어느 제주여성의 어제와 오늘을 보따리 속에서 꺼냈다. 부제는 '제주여성의 보따리를 통해 본 제주 4·3과 디아스포라'이다.
230쪽 넘게 묶인 사진집의 사연과 글은 1946년생으로 부산 영도에 거주하는 안순실 유족의 증언을 토대로 했다. 안순실 증언자의 궤 속에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보따리 속 비녀, 염주, 엽서, 아버지의 사진, 혼수품, 버선, 첫 아이의 삼신상 위에 놓았던 '멩씰'(명실) 등 소소한 물건들에 4·3 당시 살기 위해 바다를 건넜던 제주인들의 생애가 포개졌다. 고현주 작가는 "몇 대를 거쳐 간직하고 있는 사물들 안에서 한 제주 여성의 역사가 당당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