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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觀] 첫 번째 춤은 나와 함께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1. 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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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프롬'.

며칠 전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지 않자 초중고 졸업식이 줄줄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마지막을 장식해야 할 졸업식마저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아이들의 아쉬움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아, 벌써 졸업식 시즌이구나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 참 빠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졸업식을 비대면으로 치뤄야 하는 당사자들의 마음은 단순히 '시간 참 빠르다' 정도가 아닐 것이다. 여전히 길고 긴 터널이 답답하고 지겹기만 할 텐데 졸업식이라는 한 번뿐일 순간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다니 아마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올해 비대면 졸업식을 맞게 되는 학생들은 긴 시간 함께 어깨를 맞대고 꿈을 키웠던 친구들과 뜨거운 포옹도,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도 하지 못한 채 모니터 속에서 아쉬운 작별을 나눠야만 한다. 만약 학창 시절 내내 마음에 품어왔던 상대에게 벼르고 별렀던 고백이 있다면 뺨이 붉어지는 일도, 상대의 기다렸다는 듯이 건네 질 긍정의 웃음도 없이 그저 톡 속의 이모티콘으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

 얼마 전 본 두 편의 미국 '영화 속' 졸업식의 풍경은 아름답고 낯설고 아득했다.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프롬(PROM)'이라는 이름의 그야말로 성대한 파티로 펼쳐진다. 오전 시간 교정에서 꽃다발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가족과 지인의 점심 식사로 마무리하는 국내의 졸업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마도 우리 고3들의 성대한 파티는 수능 시험일 저녁에 이미 펼쳐지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의 12학년인 시니어들은 프롬 파티에 파트너를 대동하고 학창 시절의 마지막과 성인으로서의 첫걸음을 드레스의 눈부심과 미러볼의 반짝임과 음악의 흥겨움 아래에서 자축하고 축복한다. 수많은 미국 드라마와 영화 속 프롬 파티는 신데렐라의 첫 무도회처럼 극적인 변신의 장이자 두근대는 커플 성사의 장이었다.

 넷플릭스의 뮤지컬 영화 '더 프롬'은 제목 그대로 '프롬'이 주인공이다.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제임스 코든 등 쟁쟁한 헐리우드 스타들이 등장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일생에 한 번뿐인 두 여성의 졸업 무도회'다. 문제가 아닌 문제가 있다면 졸업 무도회를 소망하는 두 여성이 커플이라는 것이다. 에마는 졸업 무도회에 동성 파트너와 참석하겠다고 의사를 내비치고 학부형 측은 이를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선다. 결국 한 번뿐일 졸업 무도회는 취소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위기에 처한 에마의 사연을 우연히 알게 된 브로드웨이의 스타들은 자신들의 곤경에서 벗어나갈 묘책으로 에마의 프롬을 돕기로 결정하고 에마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뮤지컬 영화답게 시종일관 음악으로 가득한 이 작품은 에마의 프롬(PROM)이 사실은 그녀 자신으로부터의 첫걸음(FROM) 임을 힘주어 노래한다. 학창 시절의 마지막 순간인 졸업 무도회에 용기를 내어 세상과 마주하려는 에마는 그러나 그 앞에 놓인 수많은 크고 작은 허들 앞에서 홀로, 다시 절망한다. 한 소녀의 귀한 용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따가운 스포트라이트는 용기 있는 그녀를 힘없는 약자로 만든다. 그때 빛을 등지고 노래하던 스타들이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와 눈과 입을 맞춘다. 학생인 여성이자 동성애자인 에마의 고민을 다룬 영화 '더 프롬'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택한 순간 관객들은 에마의 무도회가 그래도 결국은 빛나는 춤과 노래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자연스럽게 품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에마뿐만이 아니라 정상성이라는 견고한 벽 뒤에 숨은 영화 속의 인물들까지 무도회의 무대로 불러 내 함께 춤추고 노래하게 만드는 마법을 선보인다. 빛나는 춤과 노래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그리고 간절히, 자신의 빛과 세상이 빛이 어우러지는 순간을 꿈꾸던 에마에게 영화 '프롬'은 더없이 황홀한 엔딩을 선사한다.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의 주인공도 여성 동성애자인 카메론이다. 그녀는 자신의 동성 연인과 프롬에서 애정 행각을 발각당하고야 만다. 이후 그녀는 교회가 운영하는 '동성애 치료 센터'에 강제 입소하게 된다. 자신의 설렘과 떨림을 모두 부정당하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훈련된다. 상황은 절망스럽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세상의 모든 용기 있는 소녀들처럼 그녀 역시 세상의 말을 고분고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좌절과 방황 속에서도 그녀는 스스로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대화하고자 애를 쓴다. 눈부신 졸업 무도회에서 그녀는, 무대 앞에서는 아무런 감정의 교류가 없는 이성 파트너와 인형처럼 서있었지만 무대의 뒤 어둑한 차 안에서는 자신의 연인과 간절하게 몸과 마음을 나눈 바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그녀는 세상의 바람을 웃는 얼굴로 맞는다. 다행스럽고 당연하게 그녀의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졸업 무도회는 10대라는 광풍의 한 철, 그 끝에 마련되어 있다. 이미 어른이 되었을 수도 있는 이들은 통과의례 같은 그 끝에서 다시 스스로임을 여전히 나 자신임을 천명한다. 삶의 모든 무대에서는 온전히 자신인 독무만큼이나 모두가 마음을 맞췄을 때 더욱 눈부신 군무 또한 지극히 아름답기 마련이다. 첫 번째 춤을 홀로 추게 될 모든 이들의 두 번째를 함께할 수 있기를 기쁘게 기다린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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