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호근' 사진전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호근' 사진전
정착민 재능 기부로 어르신들의 타임 슬립 사진전
마을길 '에밀타케로드' 명명 벚꽃축제 개최 구상도
  • 입력 : 2021. 02.23(화) 17:13
  • 백금탁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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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이자 문화공간인 티그래퍼×무빙아트센터에서 마련한 '호근동 마을 어르신들의 타임 슬립 사진전'. 마을 어르신들의 인터뷰와 옛 사진이 함께 걸리며 따듯한 정감을 더한다.

가슴 따듯한 사진전이 서귀포시 남쪽에 위치한 호근동에서 열려 봄기운을 전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호근'의 주제로 마련한 사진전은 마을에 정착한 예술가들의 재능 기부가 보태지며 그 의미 또한 깊다.

지난 20일 카페이자 문화공간인 티그래퍼×무빙아트센터에서 개막한 '호근동 마을 어르신들의 타임 슬립 사진전'.

호근동마을회 주최, 호근동생태관광협의체 주관에 사진관 '자연의 연필' 이규호 작가가 재능 기부해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맡았다. 여기에 홍민진 카페 대표가 전시공간을 지원하며 마을주민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작가와의 인터뷰에서 "호근리에서 나고 자라서 결혼하고 아이 다섯을 키우며 산지 어언 80년이 됐다"는 현행량·오신춘 어르신. "(마을 바닷가인) 속골에 가서 며느리하고 그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냐"는 김앵자 어르신. "좋아하는 꽃을 들여다 볼 여력도 없이 잘도 살았다"는 양순정 어르신. "호근리는 변하지 않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할 텐데. 그렇게 되겠지"라는 현익준·임순자 어르신 등등.

모델로 나선 어르신 10명의 이야기가 애잔하다. 예전에 살던 집 대문을 배경으로 하고, 밭일을 마치고 마당에 앉아 파를 다듬는 모습도 앵글에 담겨 정겹다. 옛날 찍은 빛바랜 사진까지 함께 걸려 그 푸근함을 배가 된다.

현상봉 호근동생태관광협의체 위원장은 "마을에 정착한 사진작가와 기획연출가의 재능 기부 및 공간 지원으로 전시회를 열게 됐다"며 "어르신들을 이 공간으로 모실 계획이고, 전시회는 마을길에 벚꽃이 만개할 3월까지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 왕벚나무를 세계에 알린 에밀타케신부가 거주했던 호근동 마을에 가로수로 심어진 벚꽃길 2.5㎞을 '에밀타케로드'로 이름 짓고 올해 처음으로 꽃축제를 열 계획도 밝혔다.

홍민진 대표는 "전시는 물론 국제환경예술심포지엄 개최 등 복합공간으로 카페를 활용하고,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함께 찾는 문화소통창구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사진전뿐만 아니라 나인드래곤해드와 같이 창작 공동체나 프로젝트를 근간으로 하는 예술가들의 작품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앞으로 삼나무로 만든 나무전기자건거로 마을이나 제주관광을 계획하고, 카페에 주민과 청년들을 위한 교류 상생 프로젝트인 '즉흥냉장고'도 운영할 예정이다.

즉흥냉장고는 경제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과 일자리를 잃어가는 청년들의 막막한 현실을 조금은 따뜻하게 버텨내기 위해 시도하는 내적 교류 상생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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