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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택의 한라칼럼] 마소의 길.치유의 길.해넘이 길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03.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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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한 들불축제가 올해엔 열린다. 비대면 축제이기에 영상으로나마 코로나를 잠재우길 소원하는 비념의 문화행사와 더불어 마소와 함께 하는 목축문화의 장면도 만나길 기대한다.

들불축제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애월읍 소길리는 소가 다니던 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제주의 명품길로 진화한 소의 길인 쉐질은, 제5소장 일대에 살았던 목자들이 마시를 몰고 다니던 길이었다. 쉐질 주변에 형성된 소길리는 '길조(吉兆)를 부른다(召)'라는 의미를 지닌 마을이다. 돌담 사이로 난 쉐질은 한 마리의 소가 지나갈 정도로 폭이 자그마한 길이다. 산방산 동녘에 위치한 월라봉에는 목장에서 키운 말들이 한 줄 지어 당캐라는 포구로 내려갔던 말질도 있다. 오래전 선인들이 마소와 더불어 오가던 길이, 이젠 행복의 길이 되고 치유의 길이 됐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닮은데서 비롯된 이름이지만, 사람이 살기전에는 말들이 살았다. 1697년 유한명 목사가 200필의 말을 섬에 방목한 후 우도는 국유목장이 됐다. 탐라순력도 41화폭 중 하나인 우도점마는, 우도에서 기르던 말들을 점검하는 풍속도이다. 150여년이나 땅을 기름지게 했던 말들을 본도의 목장으로 보낸 1844년을 전후해 우도에서도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주로 구좌와 조천 지역 선인들이 삶의 터전을 우도로 옮겼다. 그 중심에는 조천 출신으로 과거에 급제해 한양에서 진사벼슬을 한 김석린 공이 있었다. 공은 서당을 열어 훈학에 앞장서고 이주민들이 농경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역과 세금을 덜어주는 역할에도 앞장섰다. 183만여 평으로 이루어진 우도의 땅은 대개 1000여 평 내외로 분할돼 있다. 그만큼 이주민들에게 골고루 땅을 분배하기 위해서이다. 이렇듯 조성된 아기자기한 밭담길이 있기에 오늘도 사람들은 우도 도처의 길에서 치유의 시간을 갖는가 보다.

70을 바라보는 나는 늙은 말의 지혜라는 뜻을 지닌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4자성어를 곧잘 떠올린다. 그러고보니 말띠인 나는 꽤나 말과 연이 있나 보다. 옛날 제나라 환공이 고죽국을 정벌하고 돌아오다 눈이 엄청 쌓여 길을 잃었다. 그때 재상인 관중이 늙은 말은 달리는 힘은 모자라지만 집으로 찾아가는 능력은 출중하니, 늙은 말의 지혜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해 노마지지 라는 말이 전해지게 됐다 한다.

세종대왕을 보좌하며 18년간 영의정을 지낸 황희정승은, 88세로 세상을 뜰 때까지 포용력과 균형감각을 잃지않은 상생의 정치를 추구했다. 아첨하거나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노련하고 숙련된 경륜을 보여줬다. 황희에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덕이 깊어지고 성숙해 가는 과정이었을 게다.

마소가 다녔던 길에 들어서면 마음이 안온해진다. 그리고 길 너머를 바라보며 인생의 해너미를 그려보기도 한다. 나이 먹어감에 따라 노후한 존재로 비치는 것보다 노숙한 존재로 비쳐지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일 게다. 헤아려보면 인간의 죽음도 성숙함이 완결된 상태가 아니던가. 노화의 과정은 심신이 쇠약해지는 과정이라기보다 자아의 완성을 향한 느릿느릿한 여정이라 여겨본다. 그러기에 노화란 죽음으로 가는 생애 장도(壯途)에서 멋과 맛도 생겨가는 철 들어감이 아닐까 한다. <문영택 (사)질토래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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