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가도 기억해야 할 그 봄날 제주

4월이 가도 기억해야 할 그 봄날 제주
제주국제평화센터 기획전 '다시 돌아, 그린 봄'
제주 활동 청년 작가 5인 생과 사로 살핀 4·3
  • 입력 : 2021. 04.21(수) 18:2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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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의 '여명'(장지에 먹, 안료, 아크릴, 2016).

청년 작가들이 바라본 제주4·3을 펼쳐놓는 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제주국제평화센터 기획전으로 이달 21일부터 시작된 '다시 돌아, 그린 봄' 전시다.

이 전시는 동시대를 공유하는 청년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4·3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화해와 상생을 기원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제주 출신 조기섭, 김산, 손유진 작가와 제주에 정착해 활동하고 있는 박정근, 안세현 작가 등 5인이 참여했다.

박정근 작가는 가려지고 묻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 작업으로 전하고 있다. 부부 시리즈를 통해 4·3의 무게에 짓눌린 피해자의 측면만 강조한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다층적 사연을 끄집어냈다.

심경(心景)을 그리는 작가 조기섭은 켜켜이 쌓인 시간이라는 토양 위에서 역사와 마주한다. 자기 반성, 수행을 통한 바람의 길을 형상화한 '오체투지'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희원의 통로가 있다.

지인의 죽음을 통해 '애도'가 남겨진 나의 '생'에 대한 일임을 깨달았다는 안세현 작가는 생과 사, 소멸과 생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현상의 세계를 풀어놓았다. 앞의 흔적들이 훗날 뒤덮이더라도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이 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조기섭의 '오체투지'(장지에 분채, 은분, 먹, 2017).

손유진 작가는 까마귀, 유목 등으로 4·3을 표현했다. 기억하는 존재는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으나 그 기억들은 존재한다.

김산 작가에게 제주의 풍경은 그저 아름다운 대상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 제주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사회적 풍경이다. 거센 비바람에 몸을 맡기며 살아온 폭낭이 굴곡진 세월을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다.

제주국제평화센터 측은 "4·3을 통한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언제나 일상처럼 되돌아오는 제주의 봄과 4·3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존재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은 홈페이지(www.ipcjeju.com)나 전화(735-6561)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시간당 30명 이내 인원만 입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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