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한가위에 달의 토끼를 보면서

[이수재의 목요담론] 한가위에 달의 토끼를 보면서
  • 입력 : 2021. 09.23(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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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을 보면서 1969년 인간이 달나라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뉴스에서 그 소식을 전하는 것을 듣고 어린 나도 부하뇌동하며 우주인을 보려고 달을 한없이 바라본 적이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 오늘 다시 그 달을 바라보니 떡방아 옥토끼 형상은 그대로인데, 그동안 밝혀진 과학적 사실과 중첩돼 상상력 발동에 지장을 준다. 그러나 달에 있는 옥토끼가 낮은 지대의 현무암이 만든 그림이라고 해도 옛 선인들의 상상력에는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미 항공우주국에서 우주비행사에게 필수로 가르치던 과목이 기초 지질학이었는데, 이는 달에는 생명체가 살기 어렵고, 돌만 있어서 지질학적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우주비행사들은 색과 조직으로 암석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웠고, 현장 학습은 주로 현무암이 있는 화산암 지역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창세기 돌'을 가져오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정확한 과학적 정보 획득을 위해 지질학자를 우주인으로 훈련시켜 아폴로 17호 때 달에 직접 보냈다. 그 우주인은 지질학적 관점에서 의미있는 달의 돌을 직접 가져왔고, 그 돌중 유명한 '트록톨라이트'에서는 달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많이 얻었다. 대학시절 연구실의 표품을 정리하다가 미국에서 보내준 '월석'을 금고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이는 아폴로 11호 임무에서 가져온 시료 중 일부를 미국이 한국의 학자에게 연구용으로 보내준 것이었다. 또 한번 달과의 우연한 인연이다.

미국 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어렸을 때 보았던 50년전의 달 착륙 서적을 보고 구입했던 것이나, 미국 퍼듀대학에서 달에 처음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의 동상을 우연히 발견하고 잠시 들떠 있었던 기억 등을 생각하면 달에 대한 특별한 인연은 '저 하늘에 둥근 달'이 있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주도의 현무암이 달의 옥토끼 이야기와 연관된 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제주도에서는 아주 흔한 그 암석의 가치를 더 새롭게 느끼게 한다. 지금은 달을 포함해 화성도 인류가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우주 선진국은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여전히 우주인의 필수과목으로 지질학을 가르치며, 이에는 화석을 찾거나 혹독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생물체를 찾는 현장훈련이 포함된다. 화성에도 현무암이 많이 있으며, 또 용암동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 동굴에는 화성의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한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고려하면 제주도는 우주인의 외계현장탐사 모의 훈련장으로 적격이다. 서귀포층에 화석도 나오고, 용암동굴의 호수에는 어둠에 적응해 눈먼 물고기가 발견되는 등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제주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우주지질학 관련 전문가가 활동하면서, 제주의 지질학적 가치를 더 탐구하고 또 우주현장 모의 훈련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제주의 지질유산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산업화는 늦었지만 빠른 정보화로 선진국에 진입했듯이, 이제 더 빠른 우주화로 국민의 생활수준과 자긍심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 국내에서도 우주 지질학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 중 누군가가 향후 달의 돌이나 화성의 돌을 직접 가져올 수 있는 우주비행사가 나오기를, 추석 달을 보고 소원 중 하나로 포함했다. 소원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이수재 박사.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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