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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 숲이 미래다
[청정 제주, 숲이 미래다 12] 5. 가로수 조성·관리 이대로 좋은가 (1)자동차 우선주의 정책
교통 소통·편의만 치중… 건강·보행권은 뒷전
이윤형 선임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21. 10.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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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가로수 일주도로의 4배
도시 첫 인상 좌우·생태계 유지
애써 가꾼 나무 차량 위해 없애
타지방은 걷고싶은 도시 추진
보행자 중심 정책 장기적 고민을


가로수(가로숲)는 도시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 중의 하나다. 도시 공간은 실핏줄처럼 구석구석 뻗어나간 도로망으로 연결되고, 도로를 따라 조성된 가로수는 도시 이미지를 높여준다. 도심에 가로수가 없다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숨막힌 공간이 됐을 것이다. 가로수를 조성하고 가꾸는 일은 회색빛 도심에 자연을 끌어들이는 일이다. 도심과 인간, 자연을 이어주고, 도시숲을 연결하며, 도심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시켜준다.

지난 2017년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제주여고 사거리 구간에 식재된 제주도 최초의 가로수인 구실잣밤나무를 이식하고 확장한 도로 위로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이상기후로 인해 삶의 질이 갈수록 위협받는 현실에서 가로수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가로수는 도시숲에 포함된다. 미세먼지, 소음 저감 등의 효과뿐 아니라 도심에 섬처럼 조성된 도시숲과 연계된 연결녹지이자 도시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 지역 고유의 수종으로 특색있는 가로경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제주지역에서 가로수 조성은 광복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70년 이상 흐르면서 도심에서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한 곳을 볼 수 있다. 초기에는 다른 지방에서 은행나무나 플라타너스 등 낙엽수 묘목을 공급받아 도로변을 중심으로 식재됐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가로수 수종이 제주에 자생하는 나무 위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는 도민들의 자생수종에 대한 선호도가 차츰 높아지면서 달라진 변화다. 공항로와 제주여고 일대, 제주시민회관 주변에 구실잣밤나무와 조록나무, 아왜나무 등이 식재됐다.

이 당시 제주 자생종과 함께 종려나무 등이 가로수로 식재됐다. 제주시 중앙로 일대 거리는 한동안 종려나무가 이국적인 거리풍경을 자아냈던 시절이 있었다. 서귀포시 1호광장에도 와싱톤야자 등이 심어졌다. 현재 제주의 대표적 벚꽃거리로 유명한 제주시 전농로와 조천읍 진드르에는 일본에서 도입된 벚나무가 식재됐다.

197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구실잣밤나무, 담팔수, 후박나무, 느티나무 등이 본격 양묘돼 가로수와 공원수 등으로 식재됐다. 이에 따라 1979년 신제주 신시가지에 담팔수와 후박나무가 가로수로 조성됐다. 당시 신제주로터리를 중심으로 식재된 가로수는 지금은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해 도시숲과 품격높은 도시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이식하기 전의 제주여고 사거리 구간 중앙 화단의 구실잣밤나무. 한라일보 DB

가로수 조성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면서 가로수 식재도 크게 늘었다. 제주도의 가로수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전인 지난 2005년 말 34종에 5만3140그루로 파악됐다. 당시는 1도(제주도)·2시(제주시·서귀포시)·2군(북제주군·남제주군)체제로 제주시가 1만8652그루, 서귀포시 1만6441그루, 북제주군 9093그루, 남제주군 8954그루였다.

이후 15년만인 2020년 12월 31일 기준 제주도의 가로수는 305개 노선에 37종, 7만3115그루가 자라고 있다. 총 연장 거리는 723㎞에 이른다. 이는 제주도 해안 일주도로(181㎞) 길이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행정시별로는 제주시가 194개 노선, 연장거리 324㎞에 4만370그루, 서귀포시가 111개 노선에 연장거리 399㎞, 3만2745그루가 식재됐다. 15년 동안 1만9975그루가 증가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 편의를 위해 그동안 애써 가꾼 가로수는 없애야만 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1973년 제주시내 최초로 조성된 가로수인 제주여고 사거리 구간 구실잣밤나무는 2017년 도로 확장을 명분으로 뿌리째 뽑혀나갔다. 도시생태축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지만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도로 가운데 구실잣밤나무가 심어진지 40여 년만에 이설됐다. 제주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공항로에 심어진 후박나무 97그루도 옮겨졌다. 도로 정책이 자동차 위주이다보니 가로수나 보행권은 후순위로 밀린다.

다른 지방의 경우 오히려 도로폭을 줄이고 가로수(가로숲)를 조성하는 정책을 볼 수 있다. 도로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도로를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교통량을 조절하고 명품 가로숲길로 개선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교통혼잡을 가져오고 차량 통행이 급증한다면 차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도로를 확장하려고 든다. 그렇지만 도로를 넓히면 오히려 교통수요가 늘어 체증을 유발하게 된다. 역발상으로 도로를 줄이는 것이 교통량이 줄고 걷는 환경도 개선된다. 이른바 '브라에스의 역설'이다.

서울시의 경우는 2013년부터 도로 줄이기를 통해 보행권 확보와 걷고싶은 도시 만들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활권 도로공간재편사업'으로 생활권 밀접지역의 보행공간을 확장하고 보행안전·편의시설 확충 및 나무 식재 등으로 자동차 중심의 교통환경을 사람중심으로 변화시켜 나가고 있다.

전북 전주시의 경우 도시의 첫 인상을 바꾸기 위해 전주역 광장에서 우아동 명주골사거리까지 백제대로 8차로 850m 구간을 6차로로 줄였다. 2015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진행된 첫마중길 사업을 통해 도로 중앙에 너비 15~20m, 길이 720m 규모의 가로숲길을 조성했다. 첫마중길 사업은 산림청의 도시숲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추진됐다. 이 사업으로 자동차로 가득했던 도로는 광장과 명품가로수가 어우러진 거리로 각광받으면서 품격높은 도시 이미지를 안겨주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한 다른 지역들도 도로 다이어트를 통한 보행자 중심의 도로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제주도는 자동차를 위해 도로를 넓히고 나무는 없애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섬이자, 청정 환경을 브랜드로 내세우는 제주도로서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세먼지와 도심 열섬현상 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자동차 배기가스가 차지한다. 가로수를 포함한 도시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로수 조성 관리와 함께 '도로 다이어트'를 포함한 자동차 위주의 도로정책을 바꿔 나가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한 보행자 중심의 걷고싶은 도시환경 정책에 대한 장기적 고민을 더해가야 한다.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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