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도로와 교량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한 오랜 의문을 풀기 위해 '제주 건설사'를 펴낸 김중근 전 제주도건설교통국장. 진선희기자

40여년 토목직 공무원 생활
1934년 지방도 등 오류 잡아

"도로·교량 역사 알릴 기회로"

"제주~서귀포간 지방 횡단도로는 오래전부터 도민들이 열망해왔던 것이었는데 1932년 본부에서 임도로서 한라산 국유림에 대한 횡단 공사를 실시하게 됨에 따라 여기에 읍면 도로를 개수하고 연결하여 제주~서귀포간 직통 도로를 완성한 뒤 1934년 총연장 약 12리(48㎞)를 지방도로 승격하기에 이르렀다."

1939년 전라남도 제주도청에서 발행한 '제주도세요람' 중 일부다. 이 한 줄의 문장이 시작이었다. "장비가 지금보다 열악했던 시기인데 짧은 기간에 어떻게 한번에 48㎞의 도로를 낼 수 있었을까?" 1982년부터 2006년까지 '제주도지'에 같은 내용이 반복해 실리는 동안에도 그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공직을 퇴임하고 수수께끼를 푸는 일에 나설 수 있었다. 2014년 다리 수술을 한 뒤 운동이 힘들어지면서 독서와 자료 수집에 매달리게 됐고 마침내 그 답을 찾는다.

김중근(76) 전 제주도건설교통국장. 40년간 토목직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얼마전 '제주 건설사-도로·교량·교통'을 냈다.

그는 지난 3년간 도서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제주 관련 문헌을 뒤졌다. 제주~서귀포 횡단도로 단서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제주도세요람'의 일주도로 안내 연도사찰자료에 임도 국비공사로 1932년 13㎞, 1935년 17㎞를 냈고 읍면이 시행하는 접속공사로 제주 6㎞, 서귀면 8㎞를 닦아 합계 44㎞를 개설했다는 대목이 나왔다. 지방도로로 지정 고시된 해는 1934년이 아니라 1938년 12월이었다.

제주도내 도로는 2016년 7월 기준 4660개. 언제부터 이 도로가 생겼을까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1861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6개 노선의 도로가 표시되었다"는 '제주도지' 등의 기록이 잘못된 걸 발견했다. 후대에 제작된 1872년 제주삼읍전도, 1919년 5만분의 1 제주지도를 볼때 대동여지도는 10리마다 거리표시를 위해 찍어놓은 점을 직선으로 이은 것으로 사실상 도로는 없었다고 했다. 제주지역 교량도 해방전까지 37개 가설됐다고 밝혀냈다. 제주지역 도로의 탄생 과정을 보여주는 1966~1987년 공사대장, 설계 내역서 등도 흥미롭다.

컴퓨터 사용이 익숙치 않은 그는 사진 자료를 포함 500쪽이 넘는 책을 내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원고를 작성했다. 공직 생활동안 제1횡단도로, 1100도로, 동·서부산업도로 완공 현장을 지켜봤다는 저자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제주도민들이 그동안 잘 몰랐던 제주 도로·교량의 역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비매품. 제주시 동지역 주요 도서관과 43개 읍면동 사무소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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