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도 전역에 폭설이 내려 대부분의 도로가 결빙된 가운데 도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결행·지연 구간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통보되지 않아 도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강경민기자

원 지사 "버스 정보 실시간으로 안내해야"주문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제주도 전역에 폭설이 내려 대부분의 도로가 결빙된 가운데 도민들의 발이 돼 줄 대중교통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폭설 당시 제주도는 도민들에게 자가용 이용은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타라고 당부했지만 정작 결행·지연 구간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도민들이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추위에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필요할 때는 무용지물된 'BIT'= 제주도는 지난해 8월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도내 버스정류장 3130여개소 가운데 1200여개소에 버스도착 정보단말기(BIT)를 설치했다. 평소 BIT는 탑승하려는 버스의 위치와 도착 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폭설로 인해 버스 노선의 결행·우회·지연이 발생했을 때는 무용지물로 전락해 버렸다.

지난 10일 오후 7시쯤 강모(29)씨는 서귀포중학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지만 집으로 향하는 버스는 1시간 가까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참다 못한 강씨는 다른 노선 버스 기사에게 이유를 물었고, 그제서야 버스가 결행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해당 정류장 BIT에서는 강씨가 타려는 버스가 '10분 후 도착'이라는 메시지만 계속해서 떴다.

BIT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대중교통 상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자들은 추운 날씨에 하염없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또한 해당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집을 나선 이용객 조차도 버스를 탈 수 없었다.

지난 13일 버스를 이용해 서귀포시 색달동에서 중문 방면으로 가려던 또 다른 강모씨는 "휴대전화 '제주버스정보' 어플을 통해 오후 2시 46분에 버스가 도착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정류장으로 향했다"며 "그러나 어플에서 알려준 것과는 달리 기다리던 버스는 색달동을 지나치고 곧바로 중문으로 가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폭설일 경우에는 도민들의 대중교통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특히 버스 노선 결행·변경 등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안내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담당부서에 요청한 바 있다.

▶버스에 체인은 왜 장착 안하나=지난 11일 오전 8시 35분쯤 제주시 오라초등학교 서쪽 도로에서 시내버스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6명 중 15명이 다쳐 119에 의해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버스는 체인을 장착하지 않았다.

이어 같은날 오후 6시 50분쯤 제주시 삼도2동 남문사거리에서는 시청 방면으로 진행하던 버스가 오르막 빙판길을 오르지 못해 뒤로 미끄러졌다. 다행히 버스 뒤쪽에 다른 차량이 없었고, 이후에는 버스가 제대로 오르막을 오르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쌓인 눈이 얼어 빙판길이 되면 체인 장착 여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서 "차라리 신속한 제설작업을 통해 도로 사정을 개선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들의 의견은 달랐다.

시내버스 기사 A(39)씨는 "버스는 엔진이 뒤에 있고, 승객까지 탑승하면 무게가 있어서 웬만하면 미끄러지지 않아 체인을 잘 장착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폭설같은 경우에는 체인을 장착했어야 했다. 하지만 체인 장착은 버스 기사 개인이 판단하는 것이지, 행정이나 버스회사에서 이를 지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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