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피해자 모델로 작업
그날의 기억과 참사 이후

재난의 고통 함께 나눠야


그의 오늘을 붙잡고 있는 건 그날의 기억이다. "아저씨, 여기 좀 도와주세요!" 제주 사려니숲길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환영처럼 그날 검고 깊은 바다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기울어진 배를 향해 추락하는 악몽은 언제쯤 끝이 날까.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생존피해자 가족을 넘어 사회가 재난 피해 복구에 함께 나서야 한다.

제주4·3 등을 작품에 담아온 김홍모 만화가가 세월호 7주기를 맞아 내놓은 '홀-어느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 작품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시 직각으로 기울어져 낭떠러지가 되었던 세월호 선내 중앙의 홀에서 소방 호스를 이용해 학생 20여 명을 끌어 올려 생명을 구했던 '파란 바지 의인' 김동수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 인터뷰, 자료 수집 등 2년 동안의 준비 과정을 거쳐 1년간 독립웹툰플랫폼에 무료 연재했던 만화로 이번에 단행본으로 묶였다.

'홀'엔 김동수씨를 모델로 그린 민용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민용의 시점만이 아니라 곁을 지키는 아내,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한 첫째, 7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둘째의 눈으로 피해자 가족의 삶까지 다루고 있다. 가족들은 "세월호 친구들이 살고 싶었던 내일"이자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하는 아빠의 4월 16일"을 살아가며 민용의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생존피해자의 고통을 함께 안아야 하는 순간도 맞는다. 끔찍한 재난이 당사자를 넘어 가족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내고 그 피해 복구를 위해 가족과 공동체, 나아가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월호 도착지였던 제주에는 지금도 김동수씨 같은 생존자가 24명 살고 있다. 다수가 참사로 생계수단을 잃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했다.

출간에 앞서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에 수익금이 기부되는 '홀' 북펀딩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 시민 1000여 명이 힘을 보태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창비. 1만7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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