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결산 (중)

제15회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 결산 (중)
잇따른 판정시비 재연
  • 입력 : 2001. 11.08(목) 12:32
  • /성의돈기자edsu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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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개국 1천69명의 선수와 임원으로, 역대 대회 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한 가운데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동안 한라체육관에서 성황리에 열린 제15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및 제8회 세계여자태권도선수권대회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판정시비가 재연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8개 전 체급에 출전해 남녀 동반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여자부가 금메달 6개와 은메달 1개로 역대 대회 중 2번째로 좋은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반면, 남자부는 대만, 터키를 비롯 신장과 체력, 기술면에서 우수한 유럽선수들의 거센 도전에 부딪혔다.

 대회 2일째인 2일 여자 밴텀급 토순(터키)과 정재은(한국체대)의 8강전에서 터키 선수가 감점 1점으로 패하자 판정이 잘못됐다며 세계태권도연맹과 대회 관계자들에게 울분을 토하는 등 판정시비가 잇따랐다. 터키 대표팀을 이끌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효주 감독은 “시드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줬으면 세계대회에서는 공정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면서 “종주국이 외국선수들을 키워주지는 못할 망정 죽여서야 되겠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판정시비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이같은 판정시비는 이번과 같은 세계대회 뿐만 아니라 전국체전을 비롯한 어느 대회에서나 일반화(?)됐다. 선수가 공격할 경우 부심 3명 중 2명 이상이 동시에 버튼을 눌러야 득점으로 인정돼 부심 중 한명은 그 공격을 정확하게 보지 못할 공산이 크다.

 또 발차기 공격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 득점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어 자칫 실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대회에서도 남자 플라이급 김대륭과 이란의 코다다 칸의 준결승전에서 12-12로 동점을 기록했으나 주심이 이란 선수에게 우세승을 선언, 한국 대표팀 관계자들이 소청을 제기했다.

 소청위원회의 심사 결과 주심이 오심한 것으로 판명이 났지만 경기 규정상 주심의 오심이 경기 결과를 번복할 수 없게 돼 있어 일부 태권도인들은 “경기 결과를 번복할 수 없다면 소청위원회는 뭐하러 있는 것이냐”고 규정을 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이 판정시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올림픽 금메달이 걸린 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 사범들도 더 이상 종주국인 고국의 체면만을 생각해줄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이 있자 세계태권도연맹은 시드니올림픽에서 태권도를 관전하는 재미가 없어졌고 판정시비 소지가 많아 규칙 개정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열린 총회에서 규칙을 더 공격적으로 개정했다.

 하지만 전광석화 같은 난타전으로 진행되는 태권도의 속성상 애매할 수 밖에 없는 판정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갑식 경기진행부장은 “선수들의 공격을 센서로 감지해 득점으로 인정하는 전자호구가 개발 중에 있다”며 “이 장비가 개발되면 득점이 전자식으로 이뤄짐으로써 판정시비가 많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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