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이프]"아직도 담배 안 끊었어"

[이슈&라이프]"아직도 담배 안 끊었어"
  • 입력 : 2002. 02.26(화)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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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를 걱정 안해도 되니 참 좋은 세상이다. 먹고 살 만큼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최대 이슈는 건강이다.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은 더욱 그렇다. 이들은 스트레스와 적당히 나온 ‘똥배’를 걱정한다.

 앞만 보고 뛰어온 20대와 30대 시절을 거쳐 직장내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40대들은 건강을 걱정하며 살아간다.

 '담배를 끊어야지' '술은 적당히 마셔야지' '운동을 해야지' 등등의 결심을 매일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직장인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초 금연열풍이 전국을 강타했다. 처음보다 그 열기가 조금은 시들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 곳곳에서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주일씨 투병모습 '자극제'

 인기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병상에서 국민들에게 담배를 끊을 것을 권유할 때, 항상 건강할 것만 같았던 프로야구 해설가 하일성씨가 병원에 입원한 모습을 보았을때 국민들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직장마다 금연열풍이 불었고 두 사람 이상 모이면 하는 얘기가 담배에 관한 것 들이었다. 설 연휴때 가족들에게 금연을 선포한 직장인들은 출근을 하고 ‘나도 담배를 끊었노라’고 자랑했다. 의지가 조금 약한 사람은 ‘당장 담배는 끊을 수는 없고 해서 금연초에 의지하고 있노라’고 공식 선언했다.

새해 첫 날인 1월1일에 금연을 선포했다가 다시 담배를 찾았던 직장인들이 음력 설에 독한 마음으로 재차 금연을 결심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작심삼일(作心三日)은 없다’며 스스로를 시험하고 있다.

 나이 40을 눈앞에 두고 있는 안모씨도 최근 20년 가까이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금연열풍 탓도 있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안씨는 글을 쓰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루 1갑 이상의 담배는 기본이며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술로 달래는 일이 많았다. 운동량이 적은데다 마시고 피우다 보니 몸은 점점 불기 시작했다.



△골초·애주가 안씨의 독기

 애주가이자 골초인 안씨는 일단 금연을 결심했다. 술은 적당히 마시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안씨는 담배를 끊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금연을 결심했다. 금단현상은 부지런히 껌을 씹는 것으로 담배의 유혹을 떨쳐내고 있다.

 안씨처럼 담배를 끊은 직장인 가운데 대부분은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직장인들의 ‘운동 붐’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금연열풍속 최근에는 그 열기가 후끈하다.

 출·퇴근 시간의 도심공원은 운동복 차림으로 가볍게 뛰고 있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헬스클럽도 예외는 아니다.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등산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평일에는 집에서 가까운 오름을 찾고 일요일에는 한라산을 등반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도시나 읍·면 지역에 있는 생활체육관은 배드민턴을 즐기는 주민들의 집합 장소다. 배드민턴의 경우 동호회가 구성돼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아직도 금연을 망설이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다. 술의 유혹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담배는 끊고 음주량은 줄여보자.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자. 작심삼일로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말고 시간을 쪼개어 걷고 달리자.



△하루이틀 미루면 실패하기 십상

 장소는 어디라도 좋다. 얼마나 규칙적으로 하느냐가 문제다. 술 약속 때문에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싫증이 난다. 술 약속이 있는 날은 적당히 마시고 아침에 운동을 하자. 약속이 없는 날에는 저녁에 가족들과 함께 공원으로 향하자.

직장내의 스트레스는 운동으로 해소하는 게 최고다. 도심공원을 달리거나 러닝머신에 몸을 던져 땀을 흘리면 스트레스가 싹 달아난다.

 사실 금연과 운동, 그리고 적당한 음주는 독한 마음을 먹지 않으면 실천하기가 어렵다. 의지가 약한 사람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달 정도는 잘 버티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서귀포시 서귀동에 사는 김모씨(43)는 지난 1월부터 집에서 가까운 고근산을 오르고 있다. 하루 1갑 정도의 담배를 피우던 김씨는 고근산을 오르면서 담배를 끊었다. 운동을 하다보니 술 마시는 날도 줄었다. 출근 전에 산을 오르지 못하면 퇴근 후로 미루면서 열심히 운동을 했다. 몸은 가벼워 졌고 밥맛도 좋았다. 그런데 이달 중순 3일 연속을 폭음하면서 산행을 다음으로 미루자 싫증이 났다. ‘내일부터’를 반복하다 지금은 아예 고근산 오르기를 포기했다.

 이렇듯 운동은 하루 이틀을 쉬며 '내일부터'를 되뇌다보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는 돼야 성공이다.

 다른 사람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안심하지 말고 나만큼은 자신 있는 각오로 덤비자. 올해 직장인들의 화두는 금연과 운동이다.

/한국현기자 khha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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