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외로운 노인들께 놀이문화 제공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외로운 노인들께 놀이문화 제공
  • 입력 : 2002. 11.04(월)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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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3터치 프로그램

 정이 메말라가고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는 각박한 세상속에서도 ‘더불어사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는 이들이 있다.

 메마른 대지를 빗물이 촉촉히 적셔주듯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의 빈가슴에 사랑을 채워주고 있는 사람들.

 노형동사무소(동장 김성훈)가 매월 첫째주 화요일에 운영하는 ‘노인 3터치 운동’에 수년째 동참해 오고 있는 오리정식당·참솔찻집·정이노래연습장의 업주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단 하루만이라도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자신들의 영업손실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지금의 일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93년부터 백운해장국이 ‘노인 3터치’운동에 참여해 관내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해 오다가 개인사정으로 가게 문을 닫으면서 오리정식당(대표 김영순·여)이 96년부터 바톤을 이어받았다.

 초창기 기초생활수급자 20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식사대접도 이제는 소문을 듣고 관내 각 마을에서 일반 노인들까지 몰려드는 바람에 35명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대표는 오히려 즐겁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찾아오는 노인들이 서로 친구가 돼 세상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만 봐도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는 것.

 노인들에게 대접하는 메뉴만 봐도 김 대표의 진실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오리고기를 다 구워먹고 나면 오리탕이 다시 제공된다. 형식이 아니라 일반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코스’ 그대로다. 때로 술을 찾는 노인들도 있지만 흔쾌히 응한다. 특히 노인들의 식성을 파악, 고기를 못먹는 노인들을 위해 식당 한편에 따로 상을 봐줄정도로 김 대표의 지극 정성은 이미 관내에 소문이 파다하다.

 참솔찻집(대표 김태숙·여)은 노인 3터치 운동의 초창기 참여멤버다. 외롭게 생활하는 노인들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난 93년부터 이 일을 해오고 있다.

 가게가 협소해 식사를 마치고 온 노인들이 많을 때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 자리를 마련해 줄 정도로 이날 만큼은 자신의 영업을 잠시 접어둔다. 물론 생계를 꾸려나가는 영업장이지만 이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

 참솔찻집은 노인들에게 계절에 맞춰 건강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더위를 쫓기위해 냉오미자차나 시원한 음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지금과 같은 겨울철 날씨에는 감기예방효과가 있는 따뜻한 생강차 등을 제공해준다. 노인들은 김 대표의 정성이 듬뿍 담긴 따뜻한 차한잔을 마시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등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3터치 운동의 하이라이트. 정이노래연습장(대표 임창수)은 지난 96년부터 3터치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식당과 찻집을 거친 노인들에게 마지막 행사로 놀이문화의 장을 제공해주고 있는 것.

 노인들은 한평생 불러왔던 자신의 애창곡을 구수한 목소리로 불러 제끼며 즐거움에 빠져든다. 다른 노인들은 박수를 치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그 동안의 시름을 잃는 듯 노랫가락에 몸을 맡긴다.

 물론 임 대표는 노인들이 노래를 부르는동안 목이 탈까봐 음료를 제공하는 꼼꼼함까지 보인다.

 그러나 사실 올해 2월부터 정이노래연습장이 3터치 운동에서 중단돼 있는 상태다. 노인들이 즐겼던 문화가 아니라며 어색함을 드러내면서 차를 마시고 그냥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동사무소 역시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9년여간 이어온 3터치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성훈 노형동장은 “3터치 프로그램가운데 노래방이 중단돼 무척 아쉽다”며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노인분을 초빙하든지 또 다른 방안을 마련하던지 3터치를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정호기자 jhbu@hallailbo.co.kr



노인 3터치 프로그램이란?

 홀로사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고 이와 곁들여 그윽한 전통차를 대접하면서 정서적으로 외로운 노인들에게 놀이문화의 장을 제공하는 3박자 시스템.

 노형동사무소(동장 김성훈)가 지난 93년부터 관내 식당과 찻집, 노래연습장의 협조를 받아 매월 첫째주 화요일마다 운영하고 있어 타 동(洞)의 귀감이 되고 있다.

 9년여째 지속되고 있는 3터치 프로그램은 홀로사는 노인들의 소외감 해소 및 더불어 사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사진설명]위로부터 노형동사무소가 운영하는 ‘노인 3터치 운동’에 참여하는 오리정 식당, 참솔 찻집, 정이노래 연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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