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특별좌담회가 4일 오후 4시 한라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고성보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허인옥 제주대 명예교수(감귤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 김찬오 독농가(한경면 저지리·진지향 영농조합법인 대표) 오인택 도감귤과장 진창희 농협제주지역본부 부본부장이 참석, 제주감귤을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아래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편집자주>
◇사회=1차산업 GRDP가 2000년 25.5%에서 2001년에는 16%로 추락했고 농가부채도 3천만원으로 전국 최고입니다. 제주지역 경제가 정말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 같습니다. IMF보다 더 어려워지고 있지 않나 싶은데 이는 제주감귤이 4년연속 폭락한 것이 주원인인 것 같습니다.
한라일보사가 ‘제주농업 大진단’ ‘제1부 생명산업 이대론 안된다’ 라는 시리즈를 통해 감귤회생방안을 보름동안 심층기획 보도한 것도 그런 이유이며 오늘 이 자리도 감귤 회생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귤은 제주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각자 소견을 듣는 것으로 오늘의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다. 허인옥 교수님부터 말문을 열어주시죠.
◇허인옥 교수=제주도 농가의 90%가 감귤농사를 짓고 있으며 감귤 소득만이 아니라 관련 농자재 운송 고용 가공산업 등을 포함하면 지역내 절대적 위치를 차지합니다. 제주경제가 감귤값 하락으로 나빠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진창희 부본부장=그동안 감귤수확시기가 되면 금융기관 예수금이 올라가고 5월부터는 감소하는 등 일정한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만 봐도 제주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생명산업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감귤얘기만 나오면 부끄럽기도 하고 다들 마음의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감귤산업의 생명이 꺼질락 말락한 상태입니다. 쉬운일이 아니겠지만 반드시 회생시켜야 합니다.
◇오인택 과장=감귤산업은 상징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살려야 합니다. 도에서는 감귤경쟁력강화연구단을 발족시켜 구체적인 회생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김찬오 독농가=가공용감귤이 상품보다 비싼 때가 있었습니다. 아무렇게나 생산해도 팔렸고 농가들은 안주해버린 것입니다. 96년 2월에 품종갱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일본에 다녀온뒤 소비자의 변화에 맞춰 지금까지 진지향 등으로 품종갱신을 해오고 있으며 노지감귤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2만5천평의 하우스에서 5억원의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사회=김찬오 회장님은 체험을 통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먼저 다 이야기 한 것 같습니다. 제주도민에게 감귤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감귤이 왜 이지경까지 왔는지 진단을 해봤으면 합니다.
◇진창희=무엇보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의식이 모자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감귤도 엄연히 상품인데도 무조건 만들면 돈이 된다는 식이었고 후숙문제 왁스코팅문제, 일부는 고열처리를 하다보니 소비지에 도착하면 반은 썩어버립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지 관심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인옥=현실적으로 4년동안 여러가지 정책을 썼는데도 효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것이 안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안주해버린 것이 문제이고 다 안다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간 것이 잘못입니다. 감귤산업은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과원중 비농가 비중이 얼마가 되는지 조사도 없고, 지역특성상 고지대에서 품질이 향상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저위생산지 등 부적지 5천ha 대한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농협이나 기술센터 강의에 참여하는 농가는 30% 뿐입니다. 정책을 만들어도 전달이 단위조합까지는 가지만 농가에는 가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모든 정책이 공염불이라는 것입니다.
◇오인택=과잉생산체계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하다보니 고품질 얘기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그리고 경쟁과일이 너무 많아진 것 등이 감귤대란의 원인인 것으로 봅니다.
◇김찬오=노지감귤은 100% 적자입니다. 2003년산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농가 스스로 폐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아픔을 알아야 합니다. 가공용도 높은 가격을 받아왔기 때문에 아직도 많이 생산됩니다. 노지에서는 절대로 고품질이 나올 수 없습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품종갱신과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사회=그동안 생산량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고품질 생산이 안된 측면도 있습니다. 시장을 읽지 못하는 지금대로 과연 그냥 갈 것이냐. 또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등 이제부터는 고품질 생산에 대해 말씀을 해주십시오.
◇허인옥=생산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병작을 준 사람도 있고 부동산 개념으로 가진 사람도 꽤 있습니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아래 품질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사실 노지감귤에서는 품질을 얘기할 수 없습니다. 20여가지의 만감류중에 제주에 적합한 것이 6∼7개가 됩니다. 그러나 품종에 대한 논의도 없고 연구도 없습니다. 농업기술원에 연구직이 3명뿐이고 농업시험장은 국가기관입니다. 그리고 관리기술면에서도 어떻게 전정을 해야하는지 무슨 비료를 줘야 좋은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농협이나 대학 기술원등이 방안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선과장마다 90%가 열로 익히고 착색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철거계획이 없는 한 품질을 얘기해도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진창희=품종갱신과 밀식재배개선 등이 중요합니다. 생산량 감축에는 간벌 폐원 적화 적과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처음 1/2간벌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과원의 기본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만간에 간벌 평가서가 나올 예정이지만 1/2 간벌참여농가가 전체농가에 비해서는 아직도 미흡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찬오=작년의 경우 하우스 밀감 시세가 9월에 좋았습니다. 출하연합회와 농감협이 극조생 출하시점을 10월 10일로 정했는데 상인들은 10월 1일부터 강제착색해서 돈을 벌었습니다. 그러나 10일부터는 홍수출하가 되고 값은 폭락하고 말았습니다. 극조생은 반드시 감축돼야 합니다. 극조생은 하우스 밀감을 망치고 조생까지 어렵게 하는 것입니다.
◇허인옥=극조생은 특성상 당도를 절대로 올릴 수 없고 산맛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단지 착색이 빨리 될 뿐입니다. 완숙하면 맛이 더 떨어지는 품종입니다. 극조생이 10%를 넘고 있는데 3%미만으로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없는 실정입니다.
◇오인택=일부 농가는 워낙 밀식이어서 4월말까지 1/2간벌을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할 것입니다. 간벌의 효과는 양줄이기와 품질개선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목표 2000ha를 초과해서 추진하겠습니다.
◇사회=유통쪽으로 화제를 옮기겠습니다. 지금 850여개의 선과장에서 개별적으로 출하하고 있는데 품질에 의해 가격결정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 소비지 시장에서는 물량이 충돌하고 홍수출하로 가격이 들쭉날쭉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농가들은 품질보다도 재수보기 농사를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생산자 단체인 농·감협의 역할 증대와 마켓팅 출하가 이뤄지도록 개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출하문제, 소비시장 교섭력 문제, 각분야에서 할 수 있는 역할 등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진창희=유통문제에 있어서 욕을 먹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수확후 상품화 관리도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반 조생까지 거의 대부분 후숙하고 있는데 지난 3월 21일 출하연합회는 후숙하지 않고 출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제 선과장마다 예조시설 등을 철거해야 합니다. 물세척보다는 송풍 시스템을 전환해야 하고 왁스코팅도 이제는 개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찬오=생산자와 시장은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상품이 좋으면 시장에서는 자기만 달라고 합니다. 진지향 같은 고품질 감귤은 없어서 못팔고 있습니다. 생산자는 시장을 속이려고 하면 안됩니다. 한경농협은 서울청과에 A등급만을 보내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다시 찾도록 상품을 보내야 합니다.
◇허인옥=지금의 생산체제하에서 감귤문제를 푸는 키는 유통입니다. 규격이나 판매방식을 다르게 해야 하며 진지향 영농법인처럼 특화돼야 합니다. 포장도 10kg정도가 바람직한데 15kg 그대로이며 이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가격이 문제입니다. 10kg에 2만원은 돼야 선물용이 될 수 있습니다. 가격이 내리면 안팔리는 것이 상품의 원리인데 판촉이라는 개념은 물론 원칙도 없고 논의도 없습니다.
또 선과기가 드럼식인데 부러쉬 강도나 상자로 떨어지는 높이가 적당한지 등 각 공정에 대해 조사해본 적이 없습니다. 1∼10번 등급은 누가 정했습니까. 수 우 미 정도로 나눠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개별출하체제는 큰 문제입니다. 출하물량을 각자가 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협은 무슨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농협을 통해 출하하면 가격만 통보될 뿐 품질에 대해서 가격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좋은 것을 만들어도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타이백의 80%를 지원해도 농가가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절대적인 품질등급이 도입돼야만 제주감귤이 산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자율적인 생산·유통조절로 되겠습니까. 1번과와 9번과를 출하하지 않고후숙하지 말자고 결정됐는데 형식적인 부과방식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매우 의문스럽습니다.
◇오인택=실효성 확보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전체 다수 중에서 일부 몇몇 위반을 단속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다수를 단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생산농가들에게 홍보를 강화하는게 최우선 과제입니다. 선과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의지만 있으면 해결될 것입니다.
◇허인옥=유통의 기본은 작목반입니다. 작목반을 어떻게 육성하는가가 중요한데 한 지역에 1개 작목반으로 간다는 의지만이라도 가져야 합니다. 단계적으로 대형화를 추진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만큼 묶어내어야 하는데 공동이라는 개념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작목반 대형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김찬오=바둑 급수처럼 유통에도 급수가 있습니다. 회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무급이 대형화를 하면 어렵습니다.
◇사회=지금 감귤은 전시체제와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조금을 모금하는 제주감귤협의회가 주체가 돼 유통명령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허인옥=표를 먹고 가는 상황에서는 유통명령제로 가지 못합니다.
◇사회=농협도 이제는 전문 마켓팅을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연구기관도 제대로 연구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이야기해봅시다.
◇진창희=공동출하 및 공동정산, 선과장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작목반도 천차만별이어서 지분문제 등 해결사항이 많을 것으로 봐 계속해서 연구과제로 풀어갔으면 합니다.
포장단위는 출하선에 따라 개선해나가고 대형 유통업체와의 직거래등 출하선의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김찬오=브랜화를 시도해야 하고 농가지도와 생산에 투자할 수있는 여건마련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 선과장에선 한달정도는 물량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과장에 대해 계몽을 많이 해야 합니다.
◇허인옥=역할분담이 중요합니다. 도단위는 기획부서이고 지원부서, 조정부서입니다. 간벌은 시군이나 읍면동이 주체가 돼야 하고 농·감협은 판매를 해야합니다. 정책부서는 제대로 농민에게 비전을 제시하면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오늘 좌담은 작지만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직도 토론문화가 없습니다. 작목반에 대해서는 반드시 논의해야하고 1년 내지 2년, 아니면 3년과제로 추진하는 것을 논의하면 됩니다.
◇오인택=2002년산처럼 막대한 돈을 들여 수매하는 식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됩니다. 폐원을 확대할 예정이며 연구단이 구성돼 기대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사회=바쁘신 가운데서도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좋은 말씀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오늘 같은 논의가 부분으로 들어가서 계속돼야 한다고 봅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