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화석의 신비한 세계로
한반도에 봄소식을 맨 먼저 알리는 제주도에서 입춘과 함께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 전해져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 봄(早春)에 들려온 소식은 다름아닌 한반도 선사인들의 발자국 화석이 송악산∼사계리 해안도로 조간대에서 발견됐다는 것이다. 학자들간에 연대측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선사시대의 족적이 발견됐다는 낭보로 새삼 고고학 연구에서 제주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새발자국 화석과 선사인들의 족적 등으로 고고학 연구의 중심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송악산이다. 이번 주에는 송악산과 상모∼사계리 해안도로를 둘러보며 우리의 기억시계를 최고 5만년 전으로 돌려보자.
송악산은 일명 ‘절울이’라 불린다. 절울은 ‘절(물결)이 운다’는 뜻으로 풀이하면 ‘바닷물결이 절벽에 부딪쳐 우레같이 울린다’는 뜻이다. 송악산은 해안 침식으로 생성된 해안 절경, 독특한 이중분화구, 화산 폭발시 생성된 화산쇄설물을 직접 볼 수 있으며, 일제가 만들어 놓은 비행기 격납고, 해안 진지 등 일제시대 때의 역사 및 자연학습장으로 가치가 매우 크다.
특히 송악산은 성산일출봉처럼 해안에서 직접 솟은 화산체로 제주도의 남서부에서 주변의 산방산, 용머리, 단산 등의 기생화산체와 함께 지질·지형적 측면에서 제주도의 형성사를 밝히는데 매우 중요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해안도로에서 송악산을 바라보니 낮은 구릉을 이루는 초승달 모양으로 그야말로 동산이다. 송악목장을 거쳐 천천히 걸어올라가노라면 해안 절벽 아래에 일본군이 판 인공동굴이 보인다. 일본이 2차대전 말기 미군과의 일전을 위해 어뢰정과 자폭용 보트를 숨겨놓기 위해 파놓은 곳이다. 해안가 절벽쪽으로 난 도로를 따라 걸어가니 일본군 진지 등 다양한 일제 당시의 시설물이 눈에 띈다.
걸어서 한 시간여만에 도착한 산 뒤쪽의 전망대에 바라본 바다는 절경이다. 오른쪽에는 가파도와 멀리 마라도가 손에 잡힐듯 보이고, 왼쪽에는 형제섬이 검푸른 망망대해와 어울려 호젓이 서 있다.
산 앞쪽에서는 밋밋한 모습이었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악산은 그야말로 ‘산’이다. 그 옛날 왕의 무덤인 고분처럼 생긴 아흔아홉개의 봉우리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정상에 올라 넓은 들판 뒤로 보이는 산방산과 한라산, 오름들은 웅장하게 다가온다. 정상에서 바라본 송악산 중앙에는 둘레 5백m, 깊이 80m의 분화구가 있는데 그 속에는 아직도 검붉은 화산재가 남아 있다.
돌아오는 길에 알뜨르 비행장에 들렀다. 곳곳에 일본군의 전쟁 잔재인 비행기 격납고와 인공동굴이 50여년 전 아픈 과거를 새삼 떠올려 준다.
▷찾아가는 길=제주시에서 서부관광도로를 따라 1시간 정도 따라가다 보면 산이수동 포구에 도착하게 된다. 송악산 뒤쪽 전망대까지 도로를 따라 자가용이 올라갈 수 있지만 송악목장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걸어가면서 그 옛날 선사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사진설명]남제주군 송악산~사계리 해안도로 조간대서 최근 선사시대 인류 발자국 화석 등이 발견돼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