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맞으며 떠나는 봄나들이
벌써 4월이다. 제주는 지금 온 섬이 왕벚꽃잎이 흩날리면서 마치 눈이 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번 주말은 식목일 연휴로 그 어느때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려들 것이라고 한다. 한식과 청명을 맞아 조상의 묘소를 둘러보기에 바쁘지만 짬을 내 여행을 떠나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기이다. 4월 첫째주 다른지방의 가볼만한 곳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호암미술관과 전통정원 희원(熙園)을 찾아간다.
용인 에버랜드 매표소 근처에서 호암미술관 행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깨끗하게 정돈된 초록의 길을 따라, 그리고 화사한 벚꽃의 터널을 지나 호암미술관에 도착한다.
호암미술관과 맨처음 눈에 들어오는 곳은 봄바람에 일렁이는 호수와 이를 따라 조성된 아담한 산책로이다. ‘석인(石人)의 길’이라는 이름의 이 길에는 여러 구의 돌사람이 눈길을 끈다. 석인의 길이 끝나고 길을 건너면 ‘보화문’에 당도한다. 아름다운 것을 많이 모아 후대에 보존하라는 뜻을 가진 보화문을 통해 외부와 내부의 파릇파릇한 대나무숲인 죽림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좁게 난 죽림 사잇길을 차분하게 걸어가면 담과 담 사이에 조성된 작은 정원 간정(間庭)이다. 봄꽃이 만발한 간정을 지나, 소원(小園)을 거치면 법연지(法蓮池)가 있는 주정(主庭)에 당도한다.
진흙속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인간 정신의 아름다운 승화를 기원하고자 ‘법연지’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연못안에는 청아한 배롱나무 한 그루가 심겨져 있는 작은 섬이 만들어져 색다른 볼거리를 준다.
주정의 경치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호암정은 지붕이 하늘을 향해 들린 모양이 맵시 있다. 미술관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위에 살짝 앉아도, 나른한 봄햇살을 쪼이며 정원을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양대(暘臺)와 월대(月臺)이다. 월대에는 다양한 키와 다양한 모습의 벅수들이 서 있다. 우리네 길거리에 특별할 것도 없이 세워져 길목과 집집을 지켰던 벅수들이 월대에 한자리로 모여 호암미술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반긴다.
초록 잔디밭에 단정하게 버티고 선 청색 기와의 호암미술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미술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의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의 대표적 소장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획전시전인 ‘호암미술관소장품전’은 오는 7월말까지 1층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금관, 청자양각죽절문병, 금동관음보살입상 등 총 1백50 여점의 국보와 보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문화자원봉사자가 하루 네 차례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서 자녀들과 함께 가면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호암미술관 웹사이트(
http://www.hoammuseum.org)에서 찾을 수 있다.
△교통편
제주∼서울간 직항노선으로 김포까지 이동한 후 지하철을 이용해 수원역까지 가면 역앞에서 에버랜드행 600번이나 66번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 에버랜드 정문에서 호암미술관 전용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숙박정보
용인시내에는 호텔, 장급여관은 물론 청소년수련시설, 유스호스텔 등 가족들이 함께 투숙할 수 있는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어서 잠자리를 찾는데 큰 불편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