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현 시미즈 감귤산지에 국가에 의한 규모화사업인 구조개선사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지역특산물 명품화로 살길 찾아
○… 일본농업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개방의 파고를 넘고, 세계 일류의 농업국이라는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 도시민 중에서도 농촌을 찾아 새로운 농업문화를 창출하려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WTO체제로 농업 자체가 어두운 전망이었지만 지금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돈벌이가 되는 산업이라는 인식 또한 싹트고 있다. 10년 만에 되살아나고 있는 일본경제상황을 볼 때 일본 농업 역시 빠른 변화를 모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역특산물 명품화가 살길
일본농업의 변화 중 대표적인 것은 그 지역에서 나는 것을 명품화 하자는 붐이다. 농업 소득의 새로운 창출을 위해 이벤트행사를 통한 관광산업과의 연계를 모색하는 것 등이다.
도호쿠(東北)대학 농대 사토 에이메이(佐藤 英明·사진)교수는 “이와테(岩手)현 마에사와(前擇)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은 지역산 소고기를 특화 시켜 관광객들에게 직접 시식케 하고, 흑우박물관을 세워 볼거리를 제공하는 가하면 고소득의 고객이 몰려드는 도쿄(東京)중심지 긴자(銀座)에 고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토 교수는 “이제 일본에서는 그 특산물을 그곳에서 먹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실제 명품으로 선정된 지역 특산품만이 살아남고 있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의 경우 가축개량사업단을 조직해 도호쿠대학 농학부와 공동으로 전국에서 가장 육질이 뛰어난 육우생산을 위해 공동 연구하는가하면 그 결과 5년 전에 흑모화종 종우의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소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도시민들도 농촌생활 즐겨
도시민들 중에서 회사를 물러난 뒤 관심을 가졌던 농업부문을 실천하려고 귀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농촌지역에서 신세대 농삿꾼으로 새출발하는 붐이 일어 농촌지역마다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센다이(仙台)에서 30년 넘게 회사원으로 살던 伊藤 廣司씨(57) 부부는 미야기현 栗原시 花山지구로 이사해 농지를 구입한 뒤 평소 생각했던 자급자족의 꿈을 실현하고 있다.
도시민의 귀농이 늘면서 새로운 사고를 가지는 도시민들이 농촌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부분이 대단하다고 한다. 새로운 시각에서 작물을 재배하여 소득을 거두고, 그들의 자녀가 다닐 학교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 국가적으론 규모화에 앞장
원래 일본농업은 영세경작, 가족경영의 중심을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영세농가의 계속적인 이농과 더불어 국가차원에서 규모화 농업을 모색하고 있다. 시즈오카현 시미즈(淸水)의 감귤단지의 경우 국비를 투입해 농지를 규모화하는 구조개선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일본인들도 농촌과 농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의 변화만큼이나 농촌도 빨리 변화하고 있고, 돈벌이가 됨은 물론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 살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 제주농업의 업그레이드에 매진해야
제주농업은 제주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다양한 산업 육성이 더디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제주농업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래서 제주농업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새로운 대안농업과 기술력을 가미한 고부가가치 농업을 위한 새로운 도전들이 필요하다. 무작정 농사짓는 시대는 지났다.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고부가가치의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까지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지자체나 농협도 이에 대한 마인드 제고와 행정적 뒷받침에 주력해야 한다. 일본 선진 농업지역의 사례들은 제주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안주해선 절대로 안 된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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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한승철·부정호·김명선 기자
[전문가 기고]“일본농업의 변화 타산지석 삼아야”
일본 농업도 외국산농산물의 다량 유입과 농업인구의 고령화 및 소비성향의 변화로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외국산 농산물과는 가격경쟁에서 밀리고, 종전에 행해졌던 농업형태로는 산업으로서의 위치를 위협받게 되면서 일본농업은 이에 적응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농산물도 상품(商品)으로 인식하면서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는 점이다. 즉 지역성과 고품질에 바탕을 둔 명품화하는 것으로 , 이른바 브랜드로 승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 예로 미야기(宮城)지역의 흑우고급육으로 동경 긴자에서 고가로 독점하고 있는가하면 시즈오카(精岡)지역의 마스크멜론이나, 에히메(愛媛)지역의 POM주스, 가마고오리(蒲郡)지역 감귤이 냉난방처리로 극조기 출하와 고가판매로 지역특화작목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들을 들 수 있다.
▲흑우 브랜드화를 추진한 미야기현 축산 시험장 농장에서 기념촬영한 취재팀.
또한 평범하면서도 기발한 발상은 지산지소(地産地消)이다. 즉 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그 지역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일본 특유의 판매방식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시즈오카 쿠노(久能)지구의 딸기 관광농원인 것이다. 생산된 딸기를 시장에 출하하지 않고 현지에서 고가로 판매함으로써 경비절감은 물론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에히메지역 야마모토(山本)씨의 데꼬봉재배인데, 재배방식도 특이하고 고급화함으로써, 현지에서 개당 1천엔에 팔리고 있는가 하면 어떤 특정품종은 유명한 골프스타에게만 계약해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일본농업의 큰 변화와 새바람은 농·감협을 비롯한 지역농업이 적정규모로 합병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허인옥/제주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