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30)도가니탕집 김진형·김향숙씨 부부

[代를잇는사람들](30)도가니탕집 김진형·김향숙씨 부부
30년 장인 손맛이 고스란히
  • 입력 : 2008. 09.20(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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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귀동에 있는 벌집식당의 김진형·김향숙씨 부부가 손님을 한 차례 치르고 난 후 촬영에 응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장인 모시다 서귀포에 음식점 열어
옛 맛 추억하며 찾는 단골들도 여럿


장인어른이 만들던 국물 진한 도가니탕의 맛을 이어가는 사위가 있다. 서귀포시 서귀동에 자리잡은 벌집식당의 김진형(45)·김향숙씨(44) 부부다.

10년 전 작고한 김씨의 장인어른 김종호씨는 30년 전부터 벌집식당으로 이름을 알렸던 이다. 경남 합천이 고향으로 피아노 조율사이자 공군 파일럿 출신인 장인어른은 1978년 제주시 삼무공원 인근에서 도가니 전문식당 간판을 내걸었다.

"당시만 해도 도가니탕 한 그릇에 3천원이었으니 꽤 고급음식이었죠. 장인어른 식당이 아마 도가니탕 전문점으로는 제주 1호였을 거에요. 지금도 나이드신 단골들 중엔 장인어른을 추억하며 찾는 이들이 있어요."

사람들이 도가니가 소의 무릎 부위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 도가니를 사러 다니는 일은 당시 10대 중반이던 김향숙씨 몫이었다. 그녀는 학교를 마치면 아버지를 돕는다고 제주시내 식육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도가니를 사모았다.

"도가니를 달라면 처음엔 식육점 주인이 도가니가 뭐냐고 묻곤 했어요. 그러면 제가 무릎연골이라고 가르쳐줬죠. 그렇게 식육점을 누비다 보니 제가 가면 으레 도가니를 꺼내주셨죠."

아버지와 식당을 꾸리던 그녀는 강원도가 고향인 김진형씨를 만나 1991년 결혼하면서 잠시 제주를 떠났다. 그런 부부가 혼자된 장인어른을 모시겠다며 결혼 8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제주로 다시 내려와 1992년 1월 지금의 자리에 벌집식당을 열었다.

"처음엔 손님들에게 '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는지 몰라요. 지금은 당연히 입에 뱄죠 뭐. 매일처럼 직접 사러 다니던 재료도 이제는 단골 거래처에서 공급받고 있어요." 이제 먹고 살만해졌다는 소리 아니겠냐며 웃는 진형씨다.

50석이 채 될까 한 식당을 찾는 손님의 대부분은 중장년층 단골들이다. 몇 시간을 푹 고은 진한 사골국물과 쫄깃쫄깃한 도가닛살이 군침도는 도가니탕은 역시 쌀쌀한 계절이 제철이다.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예약을 해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다. 오랜 세월 사랑받는 으뜸 이유는 역시 한결같은 맛이다. 그래서 김씨 부부에겐 "마지막 국물까지 깨끗이 들이키며 역시 이 맛이야. 옛날 맛이 난다"는 얘기가 제일 반갑다.

장남이 고향을 떠나산다고 가족들로부터 원망도 많이 들었다는 김씨는 "제주를 떠나고픈 마음이 들질 않는다"고 할만큼 제주가 마냥 좋다고 했다. 식당을 그럭저럭 잘 꾸려가는 맛도 있지만 "술 안마시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제주서 정많은 이들을 사귀는 행복감이 만만치 않아서다.

그의 주변의 맘맞는 다섯이 뜻을 모아 5년 전 시작한 장학사업은 회원도 60명으로 늘었고, 매달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모았다가 해마다 서귀포지역 고등학생 7명에게 장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또 틈날 때마다 찍은 제주 풍광들은 식당안의 훌륭한 장식품이자 그의 제주사랑이 잘 녹아난다.

걸쭉하면서도 담백한 도가니탕으로 이름을 알렸던 장인의 손맛은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도 사위와 딸에게 이어져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맞고 있다.

※독자 여러분 주변에서 가업을 잇거나 대를 이어 일하시는 분들의 사연을 추천해 주세요. 지면에 적극 반영됩니다. 연락처=한라일보 편집국 ☎ 750-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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