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들은 지난 2004년 9월부터 5년째 한라산 옛길 찾기에 나서고 있다. 산악계 숲길조사팀이 GPS로 측정한 자료를 노트북에 입력시키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제주 산악인들 한라산 옛길찾기 5년째 고군분투옛 등산로·'하치마키'도로·임도·목장길 등 추적생태계·역사문화·지질환경·인문 등 학술팀 가동
본지는 그동안 여러차례 기획보도를 통해 한라산 숲길과 새로운 산악·산림체험문화에 주목해 왔다. 등정을 목적으로 한라산 정상에 집중되는 수직적인 산악문화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제주 고유의 산림생태, 문화, 역사자원을 두루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산림체험문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이는 또한 다양한 계층과 여러 유형의 등산수요에 부응하고 정상에 집중되는 이용 압력을 분산시키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라산 숲길 추적은 이미 오래전 다양한 목적으로 개설, 이용돼 왔던 공간을 무대로 한다. 그 공간은 옛 등산로가 될 수 있고, 일제 강점기 임산자원 수송·병참로, 임도, 목장길, 잣성, 화전터를 아우른다. 본지가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한라산 환상숲길' 탐사는 이런 옛길을 '환상숲길'로 연결하고 자원화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환상숲길'은 없던 길을 새로 내는 것이 아니라 묻혀져 있는 옛길을 복원하는 것이며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치유의 숲'이다. 따라서 한라산 숲에 대한 사람의 간섭은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산악인들의 옛길찾기
한라산에 묻혀져 있는 옛길 추적은 제주의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전개돼 왔다. 그 중심에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 산하 백록산악회와 거산회가 있다. 산악인들은 지난 2004년 9월부터 한라산 옛길 찾기에 뛰어든다.
한라산 옛길 찾기는 옛 등반로와 '하치마키'도로, 표고재배장길, 폐 표고장, 임도, 목장길까지 포함하면서 시간과 인내, 발품을 들이는 방대한 작업으로 확대됐다. 거산회를 이끌었던 현정필 한라산 환상숲길 조사팀장은 "산을 좋아하고 즐겨 오르는 산악인으로서 옛길의 흔적이라도 찾아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는데 벌써 5년이나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 옛길 찾기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산악인들은 그동안 평일, 휴일 가리지 않고 옛길을 찾아 나섰다. 겨울을 빼고는 적게는 2명에서 10여명씩 팀을 이뤄 매년 15~20회씩 길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계속됐다. 길은 유실돼 원형이 사라지거나 어떤 곳은 복잡하게 얽혀 분간도 쉽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수송·병참로(하치마키)는 남북과 동서 방향으로 길찾기가 시도됐으며 상당구간에서 그 원형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옛길 찾기는 갈수록 치밀하게 전개됐다. 2005년에는 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GPS가 투입돼 좌표를 찍고 길을 연결시키기 위해 비슷한 지점을 수차례 반복해 추적하는 여정이 계속되기도 했다. 류호성, 권도헌, 강상철, 오상수, 김경훈씨 등이 그 주역들이다. 류호성씨는 도내에서 GPS 추적에 관한한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파다. '한라산 환상숲길'탐사는 이들 젊은 산악인들의 값진 노력이 있었기에 장정에 오를 수 있었다.
▲'한라산 환상숲길 탐사대'는 지난 22일 1100도로변 서귀포휴양림~효돈천 남성대 제1대피소까지 약 12km에 이르는 첫 탐사에 들어갔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본보·제주산악연맹 공동탐사
'한라산 환상 숲길' 탐사는 산림청이 올해 1월 제주 한라산권 등 전국 7개 권역 12곳에 산림문화체험 숲길 1500km를 조성한다고 발표하면서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제주자치도는 약 80km에 이르는 한라산 순환 숲길 조성계획을 정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순환 숲길은 구체적인 노선이 그려지지 않은 미완의 숲길인 채로 남아 있다. 옛길 찾기는 그래서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됐다.
본지와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이 한라산을 순환하는 숲길 조사를 위해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산악인들의 옛길 찾기 노력이 수년째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성과를 축적한 것은 한라산 순환 숲길 개척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취재팀은 지난 2월 15일 관음사~절물구간을 시작으로 제주산악연맹과 옛길 찾기를 위한 첫 공동조사에 참여, 약 1개월간 모두 4차례에 걸쳐 예비탐사를 실시했다. 그 사이에 본격 탐사를 위한 학술팀이 꾸려졌다. 역사문화에 제주4·3연구소 박찬식 소장, 식물분야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강영제 연구사, 동물분야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완병 연구원, 지질·환경분야 제주생태교육연구소 현원학 소장, 인문지리분야 강만익 세화고 교사 등 전문가 5명이 흔쾌히 의기 투합했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숲길조사팀과 학술조사팀, 취재팀으로 구성된 '한라산 환상숲길 탐사대'를 공식 결성, 1차 회의를 갖고 오윤호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 부회장을 탐사대장으로 결정했다. 탐사대는 이후 지난 22일 1100도로변 서귀포휴양림~효돈천 남성대 제1대피소까지 약 12km에 이르는 첫 탐사에 들어갔다. 숲길탐사는 약 100km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탐사대에는 제주산악연맹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관련기관과 협력
'한라산 환상 숲길'은 아직은 미지의 공간이다. 이 탐사는 앞으로 5개월여 계속된다. 한라산을 순환하는 숲길은 산림청이 주도하는 조사를 통해서도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본보와 제주산악연맹은 자체적으로 '한라산 환상 숲길'조사를 진행하면서 산림청 숲길조사팀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탐사대는 한라산을 순환하는 숲길을 개척할 때 최적의 코스를 도출하고 이를 관련당국과 도민들에게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제주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산림당국 등과도 유기적인 협력속에 환상적인 숲길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갈 계획이다.
/특별취재팀 =강시영·문미숙·강경민·최태경기자
[환상숲길 탐사대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탐사대장 오윤호(제주산악연맹 부회장), 숲길조사팀장 현정필(제주산악연맹 이사), 학술조사팀 강만익(인문지리)(세화고 교사), 강영제 연구사(식물)(난대산림연구소)
▲사진 왼쪽부터 김완병 연구원(동물)(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박찬식 소장(역사문화)(제주 4·3연구소), 현원학 소장(지질환경)(제주생태교육연구소)
▲사진 왼쪽부터 특별취재팀 강시영 팀장, 문미숙 차장, 강경민 기자, 최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