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명소]낙천리 '1000개의 나무의자'

[우리마을명소]낙천리 '1000개의 나무의자'
앉았던 이들에겐 또 다른 의미의 '쉼팡'
  • 입력 : 2010. 01.09(토) 00:00
  • 이정민 기자 jm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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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낙천리 '아홉굿마을'에 산재해 있는 나무의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이름과 의미를 지닌채 자신들에게 기대 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속 큰 의자는 높이가 13.9m로 화합을 의미하는 '다름으로 하나되는 우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전국공모 통해 의자마다 독특한 이름 붙여져
올레꾼들 쉬어가며 '특별한 추억'으로 간직


'사랑의 숲에서 길을 잃다' '이쁜 내가 참는다' '차-★ 없는 e-세상' '국데워라 금순아' '인연과 인연사이'……. 영화제목이 아니다. 10 00개에 달하는 나무의자들이 하나씩 갖고 있는 이름이다.

지역주민이라고 해 봐야 고작 200여명. 제주시 지역내에서도 가장 외곽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을 중에 하나인 한경면 낙천리(이장 김만용). 이곳에는 변변한 식당은 커녕 그 흔한 편의점이나 '구멍가게'조차 없다.

그러나 전국에서 단 하나뿐인, 아니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의자들이 무려 1000개씩이나 있다. 나무의자 하나하나마다 독특한 이름들을 갖고 있다.

시인 김춘수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처럼 나무의자들도 이름이 붙으면서 나름대로 각자 하나씩의 의미를 갖게 됐다. 이름을 붙인 이들에게 나무의자들은 '꽃'이 된 것이다.

제주국제공항 인근에서 자동차로 약 45분가량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낙천리 '아홉굿마을'. 아홉굿마을이 1000개의 나무의자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2006년.

2003년 농촌진흥청에서 지정하는 농촌테마마을로 선정됐으나 이후 수년동안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딱히 별다른 볼거리나 즐길거리가 없어 사람들의 발길을 끌 수 있는 '아이템'이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것저것 찾다가 채택된 것이 나무의자 만들기. 공공미술가 양기훈씨가 기존 농촌테마마을을 보완하기 위해 1000개 의자 마을을 제안했고 마을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사업을 시도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아홉굿마을은 전국공모를 통해 붙여진 나무의자들의 이름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해 7월말 지역주민들을 비롯한 이름짓기 공모에서 우수자로 선정된 이들과 가족들이 함께하는 '푸른농촌 희망찾기 낙천마을 공원 선포식'도 개최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름을 붙인 '꽃'들을 찾아 앉아보고 쓰다듬으며 자랑스러워 했다.

약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한달에 평균 수십명이 찾던 마을에 1500~2000여명 가량이 방문하고 있다.

아홉굿마을 태생의 주역중 한 사람인 직전 이장 조시홍(52)씨는 인터넷 다음 카페의 '고든터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조씨는 "고든터사람들의 전국 회원들이 2박3일로 마을을 찾았는데 함께 고기도 구워먹고 남은 숯으로 서로 얼굴도 칠해주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10월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찾아 '나는 의자다 아무나 앉아도 기분이 좋다'라는 의자에 이름을 붙였다. 유인촌 장관도 아홉굿마을에 있는 1000개의 '꽃'중 하나를 가진 셈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고 있다. 특히 용수포구에서 저지마을회관에 이르는 제주올레 제13코스의 중간지점에 마을이 위치해 올레꾼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 됐다. 올레꾼들은 마을 곳곳에 있는 나무의자에 앉아 쉬면서 의자에 새겨진 특이한 이름들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돌아간다.

자그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나무의자가 이제는 마을을 찾는 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의미'로 되새겨지고 있는 것이다.

< 찾아가는 길 >

▶제주시서 평화로 이용시= 95번 국도→ 이시돌 목장방면→ 금악→ 저지(생각하는 정원)→ 낙천(소요시간 40~45분)

▶제주시서 일주도로 이용시= 12번 국도→ 애월→ 한림→ 협재→ 금능→ 조수→ 낙천(소요시간 50~55분)

▶서귀포시서 평화로 이용시= 서귀포→ 중문→ 창천→ 서광→ 오설록→ 청수→ 낙천(소요시간 40~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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