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생각을 춤추게 하는 NIE'팀은 두달동안 사단법인 유진재활센터에서 신문을 활용한 장애인 협동학습에 도전했다. 참가한 아이들이 신문속 사진을 오리고 붙이면서 참여하고 있다. /사진=이현숙기자
신문 통해 놀이·학습의 재미 동시에 느끼도록이름쓰기·가위질·풀칠 등 기초부터 가르쳐야
▶신문활용 장애인 교육 가능할까?=신문활용교육(NIE)과 장애인교육을 결합시키는 것은 어떨까. 신문을 통해 '장애를 보는 시각'과 '장애인 인권'에 대해 비장애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수업은 신문을 활용한 인권수업자료로 활용이 충분하다. 그러나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NIE 학습에 대해서는 NIE 전문가들도 "신문내용도 어려운데 어떻게 장애인들과 수업을 하느냐"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라일보 '생각을 춤추게 하는 NIE'팀은 두달동안 장애인시설인 유진재활센터에서 신문을 활용한 장애인 협동학습에 도전했다.
'협동학습'이란 학습효과를 최대로 증진시키기 위해 학생들 서로가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소그룹을 사용하는 수업 전략이다. 최근 협동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애아동의 경우에도 협동학습은 함께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 신문을 활용, 찾아내고 오리고 붙이는 활동은 협동학습 소재로 적합하다.
▶자문위원 제안으로 이뤄진 두달간의 수업=이번 유진재활센터 장애인 대상 NIE봉사활동은 한라일보NIE자문위원인 오정심(NIE 지도자)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제주NIE학회 회원들이 함께 나눠 1~2월 두달동안 NIE를 활용한 수업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신문지를 잘게 오려 풀과 함께 쑤어 만든 신문지죽으로 이름표 만들기를 시작으로 책읽어주기, 이름쓰기, 가위질하기, 풀칠하기를 거쳐 2월에는 신문을 활용한 수업을 진행했다.
오씨는 "신체활동이 힘겨운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의 경우 처음부터 높은 수준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며 "이름쓰기, 가위질하기, 풀칠하기 등 NIE를 위한 준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가 찾아간 날 박은별(13) 어린이는 NIE지도자들이 교실로 들어가자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한달음에 품에 안겼다. 벌써 몇번째 만난 NIE지도자들을 반기는 장애아동들이 많았다. 이날 초등부 수업은 사진자료를 가지고 수업이 이뤄졌다. 어린이들이 한복을 입고 세배를 올리는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들은 신문자료로 웃는 사람의 얼굴을 표현해 작품을 완성하고 성취감을 표시했다. 이날 수업을 통해 사람 몸을 그리는 것에 대한 형체감을 인식하게 된 셈이다.
유진재활센터 고경아 사회복지사는 "NIE 수업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아동들의 참여도와 집중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6명으로 구성된 희망반 모듬수업은 오씨가 진행했다.
중·고등부인 나눔반 수업은 전근아(NIE 지도자)씨가 진행했다. 전씨는 이날 신문에 게재된 다양한 '웃는 사람'사진자료를 제시하고 물음을 던졌다. "이 사람들은 왜 웃고 있을까?" 아이들은 제각기 '웃음'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제시했다.
▶신문·동화 통합수업교실은 놀이터로 변신=센터 1층 주간보호센터에서는 20여명을 대상으로 NIE와 동화를 접목한 수업이 진행됐다.
이혜정(NIE지도자)씨는 '거북이야기'동화구연에 이어 신문지로 이야기에 나오는 '바윗돌'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참여자들은 신문지를 뭉쳐 둥글게 만들어 동화속 사자를 혼내주는 바윗돌을 표현했다. 이렇게 신문지로 만들어진 둥근 바윗돌은 수업 막바지에는 놀이도구로 변신하기도 했다.
"우리가 만든 바윗돌을 누가 멀리 던지는지 겨뤄볼까요?" 이씨의 제안으로 장애인들은 힘껏 뭉쳐진 신문지 던지기 놀이를 하면서 즐거워했다. 김명숙 사회복지사는 "뭔가를 들기 힘든 장애인들도 신문지로 만든 소품은 가볍기 때문에 쉽게 들고 던져보는 신체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동화구연과 신문활용, 놀이까지 통합한 교육에 신문자료가 적절히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지는 등장인물이 입고 있는 옷으로 변신해 역할놀이를 해볼 수도 있다. 이씨는 "장애를 갖고 있어 반응은 비장애인보다 조금 느리지만 동화구연이 시작되면 집중력은 높은 편"이라며 "NIE를 동화구연, 율동, 놀이와 결합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NIE 수업 현장에서는 주1회 유진재활센터에 봉사활동을 하는 주변 군부대 장병들도 함께 도우미로 참여했다. 이셈(21)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NIE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며 "장애인들이 어렵지만 꿋꿋하게 가위질을 하고 풀칠하는 노력이 참 예쁘다"고 얘기했다.
유진재활센터 박상용 사회교육교사는 "NIE를 통해 만들어진 활동결과물은 연말에 열리는 센터 전시회에도 내놓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최근 수화배우기와 NIE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자원봉사를 해준 NIE 전문가들께 감사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거듭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