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봉에서 내려다본 한경면 고산리 바닷가에 위치한 자구내 포구 전경. 포구 앞으로 여자가 누운 형상을 하고 있다는 와도와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높은 차귀도가 보인다. /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바다 맞닿은 해안도로 '바다올레'로 멋드러져
낚시꾼에 유명한 차귀도에 신석기시대 유적도
차량으로 제주시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50분 남짓 달리다보면 닿을 수 있는 자그마한 포구. 동쪽에는 성산포가 있다면 서쪽 끝에는 자구내 포구가 있다.
한경면 고산1리 바닷가에 위치한 자구내 포구는 관광지이자 명소다. 아마도 제주도민보다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듯 하다.
윤승언 한경면장은 "주말이면 수백명이 포구를 찾고 여름에는 1000명에 이른다"며 "대부분이 다른 지방에서 온 관광객으로 올레 코스를 중심으로 모인다"고 설명했다.
자구내 포구는 크기나 유명세로 볼때 성산포와 비교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날씨가 화창할때는 파란색을 맑게 띠는 바닷물과 바닷바람에 건조되는 한치와 오징어 등은 여느 드라마에서나 봤음직한 '한가로운 어촌'을 연상시킨다.
자구내포구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눈에 띄는 것이 말린 한치 등을 파는 일종의 '좌판'이다. 1마리에 2000원 정도 하는데 잘 구워진 한치는 따뜻할때 먹으면 부드럽고 조금은 짠듯하면서도 고소해 일반 오징어와는 다른 맛이 있다.
말린 한치의 맛을 느끼며 천천히 포구를 둘러보자. 포구 끝부분에 쇠로 만들어진 빨간색 등대도 보이지만 그에 앞서 돌로 지어진 '구식 등대'가 눈길을 끈다. 고산 옛등대(도대불)다. 1941년에 세워진 고산옛등대는 당시 고산과 목포를 다니던 화물선의 유도등 역할을 했다고 한다.
▲1941년에 세워진 고산옛등대(도대불).
포구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수영을 해도 금방 닿을 듯한 곳에 섬도 보인다. 가장 가까이 보이는 것이 '와도'(臥島)다. 여자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와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포구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높은 곳에서 보면 그럴듯하다. 길은 좀 다르지만 근처에 있는 당산봉에 올라서 보면 그렇게도 보인다.
와도 뒤편에 있는 섬이 낚시꾼들에게 유명하다는 차귀도다. 전체 면적이 0.16㎢로 1977년까지 사람이 살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주특별자치도 부속 무인도 가운데 가장 크고 천연기념물 422호로 지정되어 있다. 주변 바다는 참돔과 돌돔, 흑돔 등 어족이 풍부해 주로 낚시꾼들이 몰린다. 낚시 어선을 빌릴 경우 1인당 1시간에 1만원 정도다.
자구내포구 서쪽으로 바다를 끼고 이어진 길이 있다. 길을 따라가면 수월봉에 닿을 수 있다. 해안도로로 불리는 이 길은 차량을 이용하기에는 좁고 거리도 멀지 않은데다 자칫 바다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걷는게 편하다. 길 바로 옆에 바다가 닿아 말그대로 '바다 올레'라고 할 수 있다. 이 길은 수월봉에서 자구내를 거쳐 당산봉과 용수까지 이어진다.
▲해발 77m의 제주시 서부지역 조망봉인 수월봉.
기왕에 걸음을 나선 김에 수월봉 입구에 '제주고산리선사유적'도 둘러볼만하다. 1987년 한 농부의 신고로 처음 알려져 발굴조사를 거치면서 한반도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신석기 시대 초기 유적으로 확인된 곳이다.
이렇게 둘러본 자구내포구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와 매력을 지녔지만 좀 더 넓게 살펴볼수록 봐야할 곳이 늘어나는 명소다. 포근함을 느끼고 쉬면서 많은 곳들을 둘러볼 수 있게 하는 곳이 자구내포구다.
▲자구내포구 서쪽으로 수월봉까지 구비구비 이어진 해안도로는 바다와 맞닿아 '바다 올레'로 불릴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