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농·귀농인의 이야기](15)고성민 탐라한우 대표

[부농·귀농인의 이야기](15)고성민 탐라한우 대표
"아들까지 이어지면 더욱 좋겠죠"
  • 입력 : 2011. 08.24(수)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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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은 마음으로…

자식같은 마음으로…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탐라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성민 대표가 23일 축사에서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다. 암소 10마리로 시작해 지금은 90여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 고 대표는 앞으로 300마리까지 늘리는게 목표다. /사진=강경민기자

암송아지 10마리로 시작 90여마리로 늘어
'청정·친환경'위해 배움의 끈도 놓지 않아

"어릴 적 아버지께서 기르던 소는 참 순했지요. 갓 태어난 소를 받기도 하고 새끼 소에게 우유도 줬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서 왔지만 어찌보면 결국 제가 할 일은 소를 키우는 일이었을 겁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탐라한우농장을 운영하는 고성민(36)대표를 23일 만났다. 그는 태풍으로 피해를 본 축사를 혼자 부지런히 손을 보고 있었다. 그가 고향인 중문에서 농장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전. 그 이전에는 내로라하는 식물원에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전기시설을 담당했다.

그는 귀농 첫 해의 아픔을 잊지 못한다. 2005년부터 귀농을 준비했고 2006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그는 한우농장을 경영하던 아버지께 '소를 키우겠다'고 했다. 아버지의 반응은 '반대'. 번듯한 직장에 관련 학과 대학원까지 진학했던 아들이 소를 키우겠다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아버지는 결국 고 대표에게 암송아지 10마리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그리고 지금은 부자가 각기 다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초보'로서의 아픔을 겪고 만다. 그는 절반인 5마리를 고사리중독으로 폐사시키고 말았다. 시행착오를 단단히 겪은 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그가 키우는 한우들이 먹는 사료의 70%를 직접 재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만여평을 임대해 조사료포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하다보니 하루 24시간이 짧을 정도. 한우 93마리를 키우고 사료재배, 수확을 위한 농기구와 각종 장비까지 직접 운전하면서 일은 몇배로 늘었다.

지난해까지 아내에게 생활비를 갖다주지 못했다는 고 대표는 아들 얘기가 나오면 마음이 짠하다. 10살된 아들이 "아빠는 왜 소만 돌보고 우리를 돌보지 않느냐"고 불만섞인 소리를 할 때 가장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언젠가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다. "직장을 다니는 아내가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미래비전을 믿고 이해해주는 것이 가장 고맙다"고 전했다.

그의 노력은 아픔을 겪고난지 얼마되지 않아 빛을 발하고 있다. 2008년 8월에는 무항생제·HACCP인증을 받았다. 그만큼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앞으로 제주가 가야할 길은 '친환경''청정'이라고 봅니다. 농업이든 축산업이든 다르지 않겠죠. 제주의 가치를 살려내는 것은 1차 산업도 함께 책임져야할 몫입니다. 또 제주의 청정 브랜드를 갖춘 1차 산업은 경쟁력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그는 지금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 마이스터대 한우학과 3학년에 다니고 있고 HACCP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데 10년을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300마리정도 소를 키우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그래서 아들이 대를 잇는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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