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14)이도2동 '순이네'

[당찬 맛집을 찾아서](14)이도2동 '순이네'
깊은 맛 묵은지 김치찜에 가을 입맛이…
  • 입력 : 2011. 09.03(토)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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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 식당의 주메뉴인 김치찜. 1년 가량 묵힌 시큼한 묵은지와 돼지고기 맛이 곁들여져 손님들의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ihalla.com

제주산 고사리 넣은 육개장 인기
내식구 대하듯 밥상 식당 경쟁력


올 여름은 참으로 희한하다. 맨날 비가 내린 탓에 푹푹찌는 더위를 즐길새 없이 후딱 지나버렸다. 가는 여름이 아쉬운듯 얼마전부터 비날씨가 잠잠해지면서 낮에는 30도를 웃도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절기는 이길수 없는법이다. 낮 동안 그렇게 땀을 흐르게 하고 심신을 지치게 했던 그런 더위도 잠자리에 들 무렵이면 집안 창문을 닫게 한다.

낼 모레가 추석이다. 늦더위가 어떻든 가을이다. 가을이라…, 말만 들어도 입맛이 땡긴다. 여름철 시원한 것만을 찾은탓에 밋밋해진 입안을 자극하는 그런 메뉴라면 더욱 좋겠다.

묵은지와 고사리를 주 재료로 찜과 육개장을 선보이는 '순이네(대표 김광배)'가 가을을 타는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순이네의 첫 인상은 참으로 서민적이다. 결코 넓지 않은 홀안에 식탁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게 동네마다 흔히 볼수 있는 그런 식당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주인장 내외의 인상도 서글서글하다. 식당 주메뉴가 묵은지인게 묘하게 어울린다.

▲순이네 주인장 김광배씨와 안주인 이순이씨가 식당 주메뉴인 김치찜을 먹기 좋게 썰어보이고 있다.

순이네를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 원하는 메뉴는 김치찜. 1년 묵힌 묵은지가 주재료인터라 칼칼한 묵은지 고유 맛 때문에 특별한 양념이 필요없다. 김치찜의 생명이 묵은지 맛에 달려있는 만큼 조리방법도 아주 단순하다. 배추 한포기를 2등분이나 3등분해 묵힌 묵은지를 돌냄비에 가지런히 집어넣고 돼지고기를 넣은뒤 15분 가량 끓여내면 그것으로 끝이다.

식당 안주인 이순이(49)씨는 "음식장사 20여년 동안 갖가지음식을 만들며 체득한게 있다면 묵은지 맛"이라며 "약 1년 가량 묵힌게 가장 맛있으며 2년이상 오래 묵히면 오히려 비릿한 맛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얇으면서 넓게 썰어넣은 돼지고기에 묵은지 맛이 배어진 김치찜의 묘미는 역시 손맛이다.

▲사진 왼쪽은 조리되기 전의 묵은지. 김치찜은 물론 고등어조림의 주재료다. 사진 오른쪽은 찧은 고사리. 한층 부드러워져 국물맛을 짙게 하는 효과를 낸다.

손으로 길게 잘라낸 묵은지에 돼지고기를 얹혀넣고 둘둘말아낸뒤 한입 넣으면 묵은지의 시큼하면서도 끈적한 맛에 넋을 놓게 된다. 때때로 국물이 입 가장자리 틈을 헤집고 내려오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그것 자체도 묵은지를 맛보는 즐거움이다. 네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의 김찌찜의 가격은 2만5000원. 주인장 내외의 1년여 노고를 생각한다면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대다. 많은 단골고객이 김치찜을 주문하고 있는 터라 때에 따라서는 예약을 해야 맛볼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입소문을 듣고 순이네를 찾아 김치찜을 맛봤던 사람들이 자신의 블러그에 사진을 곁들여 올려놓기도 했다.

▲주인 내외가 채취한 고사리를 넣어 조리된 육개장. 사골 달인 국물이 더해져 짙은맛을 낸다.

사골 달인 국물에 찧어낸 고사리를 넣어 푹 고아 끓여낸 육개장도 일품이다. 주인장인 김씨가 틈틈이 야외로 나가 직접 채취한 고사리를 재료로 쓴단다. 짙은맛을 내는 육개장의 비법인 셈이다.

식당 주변이 관공서로 밀집한만큼 식당 손님 대부분은 직장인들이다. 적당한 가격과 일품인 음식맛에 반해 손님 대부분이 단골이다. 개업한뒤 몇개월만에 폐업하는 식당이 부지기수인 현실에서 같은자리에서 10년 가까이 버텨오게 한 경쟁력은 바로 내식구를 대접하듯 하는 밥상 때문이다. 문의 751-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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