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삽시다]제주자치도 장애인체육회 최병철 축구감독

[당당하게 삽시다]제주자치도 장애인체육회 최병철 축구감독
"지적장애 청소년들, 희망을 품다"
축구로 일궈낸 '할 수 있다'는 자신감
  • 입력 : 2011. 12.14(수) 00:00
  •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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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왼쪽에서 4번째) 도 장애인체육회 축구 감독과 지적장애 선수들. 창단 초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따랐지만 이후 전국장애인체전에서 학생부 4강의 성적을 거두는 등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최 감독은 지적장애인 국가대표팀의 코치를 역임했을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적장애 청소년들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지적장애 청소년들을 통해 실현하고 있는 최병철(39·제주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감독의 작지만 큰 소망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한양대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최 감독.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자신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삶의 모든 것을 걸었던 축구를 포기해야 했던 최 감독은 지난 2007년 제주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면서 지적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다음 해에 축구단을 창단했지만 훈련을 시작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체력훈련 자체가 불가능했다. 기본기 훈련을 위해 짝을 이뤄 한 선수는 공을 던져주고 다른 선수는 공을 받아주는 트래핑 훈련을 해야 했지만, 공을 던지는 것을 거부하는 선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 감독은 "선수로 뽑힌 지적장애 학생 중에는 훈련을 하다말고 운동장의 잔디를 뽑던 아이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왜 축구를 해야하는지' 동기를 부여하는게 힘들었다"고 초창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 감독은 "기본기 훈련을 어느 정도한 뒤 선수의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제주서초등학교 축구부 4학년 학생들과 첫 시합을 가졌는데 8:1이라는 점수차이로 패배했다"며 "덩치가 2배 이상 큰 학생들이 기량차이로 맥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깨닫게 했고 더욱더 훈련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이후 선수들에게 기본기 훈련을 혹독하게 시켰고, 2008년 처음 출전한 전국장애인체전에서 학생부 4강이란 성적을 거뒀다.

최 감독은 "4강에서 맞붙은 팀이 결승까지 올라 우승을 차지했는데 제주팀이 이들을 상대로 월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골 운이 없어 아쉽게 졌다"며 "선수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후 제주팀은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전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4월에 열린 제1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기 전국지적장애인축구대회에 성인부 출전한 제주FC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현재 제주팀에는 4명의 국가대표선수가 활약하고 있고, 최 감독도 지도능력을 인정 받아 지적장애인축구국가대표팀의 코치를 맡아 월드컵에도 출전하기도 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제자 문석호(24·영지학교 2년)선수는 "감독님을 만나면서 운동에 많은 흥미를 갖게 됐다"며 "훈련 중에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모습인데 운동이 끝난 뒤에는 어디 다친 곳은 없나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자상한 감독님"이라고 평을 했다.

최 감독은 "어느 누구도 제주 선수들의 실력이 이만큼 성장할지 상상도 못했다"며 "현재 이들이 축구를 하기 위한 물품지원은 충분히 이뤄지고 있지만 체계적인 지도체계 등이 잡혀 있지 않고, 실업팀 또한 없어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가 늘고 있는 만큼 기업과 관계기관의 많은 관심을 가져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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