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으로 인한 시신경 손상 탓다친 신경세포 회복 불가능해안압강하·안정화가 기본치료
# 49세 남성이 건강검진에서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결과에 따라 병원을 찾았다. 환자 본인이 느끼는 증상은 없었으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다른 질환 또한 없는 상태였다.
시력 검사에서 우안 및 좌안 모두 1.0이었으며, 안압도 정상 범위에 있었다. 안과 검진에서 양안 시신경유두(안구에서 관찰되는 시신경의 시작 부위)에서 녹내장을 의심하게 하는 징후인 시신경유두 함몰 (패임) 증가와 좌안 시신경유두에 출혈이 관찰됐다.
검사결과 신경섬유의 소실이 관찰됐고, 신경 섬유 손상 부위에 해당하는 시야 결손이 보였다.
▶녹내장=녹내장은 안압(눈의 압력)의 상승으로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방치할 경우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만성과 급성으로 구분되는데 만성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파괴돼 녹내장이 진행되는 동안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말기에 이르러서야 시야가 좁아진 것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것을 일컫는다.
시야에는 문제가 없으나 근거리가 잘 보이지 않는 노안과 달리 녹내장은 주변에서부터 시야가 좁아진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원인=안압은 녹내장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로, 안압이 높을수록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 빈도가 증가하고 진행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
안압의 평균값 크기보다는 하루 중 안압 상승 및 저하에 따른 변동이 클 경우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 가능성이 더 증가한다.
정상 안압은 21mmHg까지로 안압이 상승됐다 하더라도 80%의 사람은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지 않으며, 녹내장 환자 중에는 안압 상승이 없는 이른바 정상안압녹내장의 형태를 띠는 경우도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상안압녹내장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혈관조절이상으로 인한 안구혈류감소가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하나의 원인으로 여겨지며, 야간 저혈압이나 혈관경련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오히려 고혈압은 녹내장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이 외에 순환계 문제 중 수면무호흡 또한 저산소증을 유발해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 위험을 증가시킨다.
신생혈관녹내장처럼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안압이 매우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 당뇨병은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과는 관련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녹내장의 초기 단계에서는 시기능은 보통 정상을 보인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진행함에 따라 시기능에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환자 본인은 질병이 상당히 진행할 때까지 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시기능 이상은 시야 결손으로 환자 자신은 시야 장애가 심해질 때까지 인식하지 못할 수 있으며, 시야 장애가 많이 진행됐다 하더라도 시력은 정상일 수 있다. 시력은 시야 중심의 기능이기 때문에 중심 시야 장애가 없다면 시력은 정상을 보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녹내장 증상으로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는 색각 장애, 대비감도 저하 및 암순응 장애가 생길 수 있으며, 질병 후기에는 심한 눈부심이 발생할 수도 있다.
폐쇄각녹내장이나 신생혈관녹내장에서 처럼 갑자기 안압이 매우 높게 오를 경우 심한 안통과 두통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급성폐쇄각녹내장의 급성 발작 시에는 충혈, 시력 저하, 심한 안통,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치료=기능이 떨어진 신경세포가 회복하면서 일부 시야 장애는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녹내장에서 일단 손상된 신경세포는 치료나 회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진행 예방에 치료의 목적이 있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있거나, 안압이 25mmHg 이상으로 상승 하면 치료를 시작한다. 현재 치료 방법으로는 앞서 밝힌 원인에 따라 안압의 강하 및 안정화와 안구 관류의 개선이 있다.
정상안압녹내장이라 하더라도 안압을 낮춤으로써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안압 강하 및 안정화는 현재까지는 모든 녹내장에서 기본적인 치료 목표가 된다.
녹내장 치료의 목적은 환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의 시기능 보존이며, 같은 안압 하에서도 환자마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진행 정도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환자마다 목표로 하는 안압 값은 달라진다.
안압에 대한 치료 방법으로 약물, 레이저 치료, 수술이 있으며, 수술에 따르는 합병증 때문에 대개는 약물을 1차 치료 방법으로 사용한다.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Q & A ]
1. 녹내장의 정기 검진은 언제 받나?
=녹내장 가족력이 없을 경우 40세 경부터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
눈의 이상 증상 또는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다른 녹내장 위험 인자가 있을 경우 40세 이전이라도 조기 검사를 권한다.
2. 도움이 되는 음식이나 피해야 할 음식은?
=아직까지 녹내장과 관련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음식은 없다.
그렇지만 전문가에 따라 비타민 C, 비타민 E, 셀레늄이 많이 든 녹차, 과일, 토마토 같은 채소들을 권장한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에 유리기(자유라디칼)가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므로,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3. 치료하면 실명되지 않나, 완치는 되나?
=녹내장 형태에 따라 예후는 다르다. 녹내장 환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정상안압녹내장과 개방각녹내장은 치료하더라도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진행할 수 있다. 기존 보고를 살펴보면, 치료에 의해 진행 위험이 절반 정도로 낮춰진다고 한다.
한국인에게 많은 정상안압녹내장의 경우 외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치료에도 불구하고 12%의 환자들은 진행을 보였다고 한다.
녹내장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다 보면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술 역시 안압 강하 약물과 마찬가지로 안압 강하 및 안정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전문의 의견/ 이선호(안과)] "늦기 전에 조기 진단 필요"
녹내장은 후기까지 환자 본인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증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할 때에는 이미 시신경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이미 사라진 시신경을 회복시키거나 정상 시신경으로 바꿔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환자의 생존 기간 동안 녹내장 진행을 완전히 멎게 할 방법 또한 없기 때문에 녹내장이 많이 진행해 시신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할 경우 실명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기 검진에 의해 조기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녹내장 치료는 대부분의 경우 약물이 1차 치료 방법이다. 치료의 구체적인 방법은 환자의 기대 수명 동안 시력 보존을 목표로 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해 결정한다.
이 때 고려하는 요소는 환자의 기대 수명, 환자가 갖고 있는 녹내장 위험인자, 현재 녹내장 진행 정도, 약물 부작용, 환자의 치료 순응도 등이 있다.
녹내장 환자들 중 조기에 녹내장을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치료를 하지 않으려 하거나, 약제를 사용하지 않는 등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녹내장이 어떤 병이라는 인식이 적기도 하고, 녹내장으로 진단 받았다 하더라도 다른 병과는 달리 현재는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은 단기간 내에는 별다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반면 가족 등 주변인이 녹내장으로 실명한 경우에는 조기 검진 및 치료에 대한 의지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녹내장 약제는 점안 제제이며, 이의 사용법을 잘 알아야 한다. 특히 약제가 2가지 이상일 경우 잘못 점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방 받은 병원에서 정확히 안내를 받아야 한다. 녹내장은 처음 처방한 약제를 치료 반응에 따라 변경하기도 하고, 다른 약제를 추가하기도 하기 때문에 기존 진료를 바탕으로 한 꾸준한 정기적인 검진이 또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