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지 않은 자유를 위해한계와 틀을 거부하는 진취적 삶
미국에 오기 전에 항공, 숙박 다음으로 렌터카를 예약했다. 그만큼 미국 여행에 중요한 것이었다. 미국의 큰 렌터카 회사들은 전국 지점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나라가 크니 비행기로 이동해서 그 지역에서 다시 렌터카를 이용해야 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는 서부 지역을 돌아볼 계획이었으나 어린 아이들은 나의 처음 계획을 많이 바꾸게 만들었다.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라스베가스는 꼭 가보고 싶었다. 사막 위에 어떤 도시를 만들었길래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 시키는지 궁금했다. 천연자원보다 미국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더 보고 싶었다.
우리 가족의 베이스캠프는 LA였다. LA에서 라스베가스까지는 자동차로 5시간 정도가 걸린다.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굉장히 부담이 되는 거리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여정 중의 하나가 시작되었다. 저 멀리 산이 보이는데 아무리 가도 그 산이 잡히지 않았다. 미국의 땅 면적은 남·북한을 합한 면적의 42배에 달한다. 미국에서 운전을 해보면 42배라는 숫자가 온몸에 전율로 다가온다. 평일에 가는 데도 도로에는 많은 차가 있었다. 그 먼 길을 자동차로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도 놀란다. 조그마한 슈퍼마켓 조차도 걸어서 갈 만한 곳이 별로 없다.
땅의 크기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큰 것 같다. 미국인들은 엄청난 땅을 개척하기 위해 계속 밖으로 나가야만 했을 것이다. 미국 화장실에는 배수구가 없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호텔에서 샤워를 했다가 문제가 된 사례가 많다. 미국은 집에서도 신발을 신는다. 집이 밖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집에 벽을 쌓지 않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땅이 좁다 보니 지키려는 문화가 강하다. 그래서 벽을 더 높게 쌓는다. 집 안과 밖도 명확히 구분하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제주도는 지키는 문화가 강하다.
미국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은 넓은 땅에서 출발한 것 같았다. 개척과 도전에 기회의 벽은 없다. 미국대학은 들어가기는 쉽지만 졸업은 어렵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지만 열매는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미국에는 한국학생도 많다. 그러나 좋은 대학일수록 한국 학생 수는 줄어든다. 그 이유가 뭘까? 한국 학생들은 주로 지식에 대해서 배운다. 그러나 미국 아이들은 호기심에 대해서 배운다
이 책은 한비야의 도전정신을 유감없이 볼 수 있다. 등 뒤의 것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게 바로 생명의 본능이다. 한비야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산의 정상에 올랐다고 그게 끝은 아니다. 산은 또 다른 산으로 이어지는 것, 그렇게 모인 정상들과 그 사이를 잇는 능선들이 바로 인생길인 것이다."
아직 LA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10시간 운전이 남아 있다. 그런데 라스베가스까지 5시간 운전을 한 경험이 있으니 10시간 운전에 자신이 붙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한계와 틀 안에서만 살지 말아라. 그런 삶은 새장 속의 삶이나 다름 없다. 새장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저자가 말한 '길들여지지 않는 자유'를 위해서라면.
<공인회계사 손봉석 : @seomcpa, sbs@e-jejutax.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