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표심(票心)이 아닌 민심(民心)을 잡아야

[백록담]표심(票心)이 아닌 민심(民心)을 잡아야
  • 입력 : 2012. 03.28(수) 00:00
  • /고대용기자 dyk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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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축제의 장이라고 한다. 더욱이 국민의 대변자인 선량(選良)을 뽑는 총선은 지역의 축제이면서 국가의 대사(大事)이다. 국가와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정책들을 검증하고 올곧게 실천할 사람을 자기 손으로 직접 선출한다는 것은 총선만이 갖고 있는 묘미다.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4·11총선이 본 궤도에 올랐다. 선관위에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29일부터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이번 4·11총선은 단지 지역의 선량을 뽑는 의미를 넘어 정권사수와 심판이라는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 총선 결과는 오는 12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활을 건 여·야의 진검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4·11총선이 제주지역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등록을 마친 10명의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을 쏟아내며 표심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공약들에 대한 유권자의 시선은 냉랭하다.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정책의 남발, 공약에 따른 예산확보의 비현실성, 고민흔적 없는 즉흥적 공약 등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물론 모든 후보가 다 그렇지는 않다. 개중에는 참신한 정책으로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표심을 공략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상당수의 후보들이 과거의 공약들을 재탕하거나 시대상황에 맞게 조금 변화를 준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제주경실련 매니페스토운동본부가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진정성과 참신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공약이 과거에 이미 제시됐던 것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극히 일부만 수정한 채 마치 새로운 공약인 것처럼 발표한 게 많았다. 검증대상으로 삼은 전체 공약 242개 가운데 무려 66.5%인 161개가 '판박이'였다. 또 즉흥적 공약, 권한 밖 공약, 복지 포퓰리즘 공약, 실현 불가 공약도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제주사회는 현재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미래를 담보할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비전도 미약하다. 해군기지 문제를 비롯한 신공항 건설, 한·미FTA 및 한·중FTA 대응, 4·3의 완전한 해결, 기초자치권 부활 등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제주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후보들이 심도있는 고민속에서 실현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표만을 의식한 공약이 아니라 민심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그 정책은 여·야 정파를 떠나 제주의 관점에서 현안을 진단할 때 올바른 해법이 나올 수 있다. 해군기지와 신공항 건설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후보들끼리 정책연대도 과감히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모름지기 구체적인 정책이 선거판의 중심 의제가 되지 못하면 선거는 축제가 아니라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전쟁터가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칙상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후보들은 제주의 현안을 풀 수 있는 실현가능한 정책들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 유권자들 역시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지지자를 선택하는 혜안을 가질 때 선거는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고대용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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