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웃자 제주교육](4)초등학교 폭력 실태

[함께웃자 제주교육](4)초등학교 폭력 실태
"학교폭력 해법은 학교-가정 연계교육 통해 모색해야"
  • 입력 : 2013. 04.18(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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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초등학교 학교폭력 담당교사들이 최근 이석문 제주도의회 의원실에서 학교 폭력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김명선기자

최근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의 학부모가 수업중인 교실에 난입해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교육계는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강력한 대응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한라일보사와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실은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들과 면담을 통해 초등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떨어질때로 떨어진 교권이 학교현장에서 어떠한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폭력예방 조치 논의 시급"

최진욱 어도초 교사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폭대위),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활동을 분기별로 학부모에게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구체화되면서 사소한 다툼도 위원회에서 조정 역할을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면이 있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폭대위를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학생지도를 하고 있다. 문제는 학교폭력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서 가·피해 학생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사전 예방을 위한 지도활동이 필요한데, 가정 내의 문제가 학교폭력으로 번지면서 지도에 어려움이 많다.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의 처벌에 머물지 말고, 예방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정-학교 연계교육 필요"

이영아 이도초 교사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정 내에서의 교육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정과의 연계가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혼·편부모 등 가정의 해체 등으로 이러한 가정내에서의 교육이 어려움이 많다. 실제 방과후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한 청소년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면서 비행청소년이 돼 버렸고, 주변학생들도 함께 어울리면서 계속해서 그릇된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를 봤을때 학교폭력 문제는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가 신뢰를 갖고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하고, 위기가정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교사 지원시스템 갖춰야"

강기범 월랑초 교사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이 담임을 맏고 있는 반에서 학교 폭력이 발생하는 것 자체를 꺼려 한다. 발생해도 유야무야 처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는 조사·사건처리 등 모든 사안을 담임교사 혼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수업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공문서 처리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의 상담과 지도보다는 사건처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대처가 미흡에 학부모와 얼굴까지 붉히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지원책은 여러가지가 시행되고 있지만, 교사들이 필요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인만큼,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교사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생 지도·상담시간 부족"

황재홍 아라초 교사

강기범 교사가 밝혔듯이 담임교사들이 공문을 처리하는데 엄청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학교폭력과 학교내에서의 학생들의 안전 문제가 사회적으로 관심으로 떠 오르면서 사소한 사안까지도 상급기관에서는 공문을 일선 학교로 보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공문까지 처리해야 하는데 이러한 시간과 노력이 이제는 학생들에게 투자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의 경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업강도와 시수가 늘어나면서 교사들은 수업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릇된 학부모도 변해야"

김신 신제주초 교사

TV나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약자를 괴롭히는 방법이 너무 자세하게 나와 있다. 아이들이 이를 보고, 실제로 행하면서 학교폭력, 왕따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보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왕'처럼 군림하려는 학부모의 행태다. 아이들간의 사소한 일도 사안을 정확히 파악해서 학교와 해결하기 보다는 상급을 통해 항의한다. 또 자신의 아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는 것처럼 인식한다. 일부 학부모는 교사들에게 험한 말도 모자라 폭력을 행사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자신들의 그릇된 행동을 아이들도 따라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 의견]"예방 위주 정책과 가정교육서부터 출발해야"

강대옥 제주국제대 아동심리언어치료학과 교수

학교폭력은 대상에 따라 여러 유형이 있지만 여기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폭력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아동들의 시기인 학령기는 세계관 및 미래관의 기본이 되는 자아존중감 형성 시기이며, 직접적이며 구체적인 체험 및 사고활동을 통해 학습과 생활태도를 형성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기본적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 미래의 삶에 필요한 역할 및 자질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용과 통제가 필요한데 일관성 없는 훈육에 의해 가치관마저 정립되지 못하고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아이들의 부정적 정서는 억압된 채 쌓여만 가고, 이를 명료히 인식하지도 못한 채 마음은 점차 병들어 가고 있다.

성과 중심의 현실에서 점차 무력감에 빠진 아이들은 자신을 비롯한 세상에 대해 관점이 부정적으로 왜곡되면서 자살이나 자해, 타인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학교폭력의 밑바탕에는 우리 아이들이 가치관을 정립하고 정서 표현 및 사회적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될 모델의 부재현상이 깔려 있다.

더구나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는 도당시기(gang age)라 할 정도로 부모나 교사보다 또래의 압력 및 동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시기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은 욕구불만을 또래로부터 해소하기도 하고, 아무런 죄의식 없이 집단폭력에 동참할 수도 있다. 피해학생조차도 또래로부터의 소외가 두렵기도 하거니와 피해사실을 맘 놓고 호소할 대상조차 없다고 생각하여 더욱 비관적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초등학교의 폭력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학교마다 학교폭력예방위원회가 설치 운영되고는 있지만 형식적이거나 실적 위주의 운영은 아닌지 점검과 내실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예방위주의 적극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이다. 교사들조차 교권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현실로 인하여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학교 및 관계기관의 노력은 지속되어야 한다. 특히 가정교육에서 그 해법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 아이들의 일차적 모델링인 부모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함과 동시에 일관성 있는 자녀양육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아성찰을 통해 바람직한 모델로서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가장 교육적 효과가 크다. 정서를 조절하고 바르게 표현하는 방법 및 사회관계기술 등은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모델링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습관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 우리 성인들 모두가 이 책무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우리 아이들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에너지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문화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도당시기의 강점을 활용하여 아이들 그룹에 관심을 보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활동을 통해 나와 타인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관계지향적 가치관을 습득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어찌 보면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라 할 것 없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에 의해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마음이 저려오면서 참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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