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Wag the Dog'
  • 입력 : 2013. 06.07(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김성준 제주대학교병원 치과

'Wag the Dog(왝더독)'.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라는 뜻으로, 주객전도(主客顚倒)의 경우를 이른다. 주식시장에서 'Wag the Dog' 현상이라 함은 현물에 의해서 선물이 움직여야 하는데 오히려 파생상품에 의해 현물인 주식 시장이 휘둘리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상황에서 다양하게 일어난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치과의사로 응급환자를 보는 일이 많지 않지만, 외상으로 인한 치아의 탈락이나 치아 파절의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어느 날, 한 남성 환자가 외상으로 상악 앞니가 흔들려 내원하였다. 치아의 뿌리가 파절되었고, 그로 인해 치아가 흔들리는 양상을 보였다. 뿌리가 부러진 치아는 뼈처럼 골절부위가 예전처럼 붙지는 않지만 이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정상 기능을 하는데 무리가 없는 단계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응급처치를 시행하였다. 4주후 상태 확인을 위해 내원한 환자에게서 설명했던 치료 계획과는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치료가 확실하게 이전 상태처럼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발치하고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사에서 받는 보상금을 받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것이었다. 외상과 관련된 치료는 중장기 경과 관찰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고도 수명이 오래가지 않거나 발치하게 되면, 보험사에서 보상을 받기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혹시 환자의 치료비보다 장례비용이 더 비용이 적게 드니 환자의 치료를 중단하고 장례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는다면 마음이 편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치아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생긴다면 자연치아를 유지, 보존하기보다는 포기하는 결정이 훨씬 쉬운 게 현실이다. 신체의 어느 부분이든 소중하지 않은 부분이 없으나 오히려 단기적인 경제적 이유라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는 것이 치과 진료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치과 치료는 상실된 부분을 인공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치료는 모두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2차적으로 치료받은 치아가 썩거나 잇몸이 좋지 않아질 경우 재치료 또는 추가 발치와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연치아 상태를 유지하며 예방하는 것이 좋으며, 차선으로 최소한의 보존적 치료를 하여 미래의 치아 손실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오는 9일은 치아 건강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정해진 제68회 치아의 날이다. 내 치아의 소중함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 실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준 제주대학교병원 치과>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81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