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제주중앙고등학교 1학년 4반 교실에서는 도내 초중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배움의 공동체' 공개수업이 진행됐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이뤄지는 곳은 'ㄷ'자 형태로 책상이 배치되고 교사는 모둠활동을 수업설계에 포함시켜 학생들간에 협력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김명선기자
성과중심의 공부에서 '배움'중심으로 변화교사의 권위 낮추고 칭찬하니 수업참여도↑
이석문 제주자치도교육의원실과 본보는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다양한 기획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교사와 학부모를 통한 학교현장을 목소리를 청취한 취재진은 학교내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선도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방문했다. 그 첫번째로 제주중앙고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 공개수업 현장을 찾아 꿈의 수업을 통한 경쟁에 내몰렸던 우리 청소년들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부재호 제주중앙고 교장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통해 교육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의 배움을 보장하고 더불어 생활지도의 문제까지 해결해 주는 꿈의 수업임을 강조했다.
부 교장은 "배움으로부터 소외된 학생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생활지도가 아니고, 아이들에게 배움을 보장하면 된다"며 "친구와 서로 따뜻한 관계를 갖고, 좋은 사회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그 안에는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많긴 하지만 반드시 케어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데 이를 배움의 공동체는 '케어링 공동체'"라고 밝혔다.
▲이석문 교육의원이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 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제주중앙고는 지난해 배움의 공동체 수업 시범사업을 실시했고, 올해는 역점사업으로 이 수업을 통한 수업혁신 이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수업에 앞서 중앙고 교사들은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5회에 걸친 장곡중학교(경기도 시흥시 소재) 수업참관,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한국에 안착시킨 손우정 교수, 박현숙 장곡중학교 수석교사 등 배움의 공동체 선구자를 초빙해 컨설팅은 받는 것은 물론 교육철학 공유하고 있다.
▶수업이 즐거운 아이들,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교실=지난 11일 중앙고 1학년 4반에서는 영어과목의 '배움의 공동체' 공개수업이 진행됐다. 이날 수업에는 도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가 참관했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실시되는 교실은 'ㄷ'자형으로 책상이 배치된다. 또한 학생들간에 모둠이 구성되고, 교사는 반드시 모둠활동을 수업설계에 포함시킨다. 이를 통해 발언 또는 경청하는 학생들끼리 서로 시선을 마주할 수 있어 자연스레 의견공유가 가능한데, 모둠에 소속된 학생들간에 협력해 과제를 해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공개수업을 진행한 김현옥 교사는 "실업계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에 영어 과목을 어려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상당수가 수업시간 잠을 자고, 수업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며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진행되면서 수업시간에 잠만 자던 학생이 이제는 '영어 과목을 더 공부하고 싶다'고 담임교사와 상담할 정도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실에서 교사의 말수를 줄이고, 목소리와 긴장을 낮추는 등의 교사중심에서 학습자중심으로 변화시켰다"며 "다른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교사에게 꾸지람만 듣던 아이들에게 칭찬을 많이 하다 보니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진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개수업에 참여한 관찰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수업활동을 활동지에 기록하고 있다.
김효진·김희경(중앙고 1년) 양은 "중학교때까지 수업시간에는 교사의 말만 들었다. 그러나 모듬활동 수업을 통해 친구간에 대화도 많아지고, 과제해결도 교사와 함께해 영어시간이 즐겁다"며 "현재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있는데, 학원 수업은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소외감이 많이 든다. 배움은 공동체 수업을 통해 우리들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형태의 수업은 처음…=이날 공개수업을 참관했던 학부모들은 두번의 감동을 받았다.
첫번째는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의 태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조금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료학생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모습이 학부형에게는 낯썬 풍경이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줬다.
두번째는 참관교사가 작성한 활동지에 담긴 아이들의 수업태도.
공개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3~4명의 참관교사가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는데 이는 학생 개개인의 활동을 세밀하게 관찰한 내용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얼굴이 담겨 있는 활동지에는 빼곡히 수업활동 내역이 적혀있었다.
공개수업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그동안의 공개수업의 틀을 완전히 깬 새로운 형태의 수업이었다"며 "수업에 흥미를 갖고 참가하는 학생들의 표정뿐만 아니라, 학생중심의 수업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전문가 의견/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의원]
배우는 과정 과정이 행복한 '배움의 공동체'
'배움의 공동체'는 일본 전역의 1000여개가 넘는 공립학교에서 실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의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실천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는 성과 중심의 시험공부를 '배움'으로 전환하여 대화와 만남이 멈췄던 학교현장을 따뜻한 인간관계 교류의 장으로 되살리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 교실은 누구나 원하면 수업을 참관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을 중시하여 경쟁 중심의 서열문화를 지양한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대화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배움의 공동체가 만든 성과는 상상 이상이다. 폭력사건으로 유명했던 일본의 가꾸중학교는 지역 20개중학교에서 학력이 최저였다. 등교거부학생이 40명에 이르렀다. 배움의 공동체 실천 1년 후 등교거부가 6명으로 줄어들었고, 학력은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배움의 공동체를 연수한다. 교육청은 교사들이 공문에 시달리지 않고,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로 인해 학교와 학생, 교사 모두 배움을 즐기고 있으며 학교폭력 문제가 최소화 되었다.
학교폭력의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처럼 70%의 학생이 수업을 포기하는 교실에서는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없다. 가장 먼저 학생들이 행복하게 수업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 학생이 공동체적 의식을 갖고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배우고 소통해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 성장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학교폭력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로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