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웃자 제주교육](7)사교육 없는 영어능력 향상 현장

[함께웃자 제주교육](7)사교육 없는 영어능력 향상 현장
느긋하게 영어를 듣노라면 나도 모르게 실력이 쑥~쑥
  • 입력 : 2013. 08.08(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들엄시민' 1기 학생들이 모여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5년 전 대안교육으로 학부모모임 '들엄시민' 조직
아이들에게 공부 부담 덜어줬지만 흥미 되레 늘어

본지와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실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다양한 기획기사를 발굴하고 이를 취재·보도하고 있다. 이번 시간에는 영어교육에 대한 대안과 새로운 고민을 하고, 그 대안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들엄시민'이라는 학부모 모임을 통해 사교육 없는 영어교육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보고자 한다.

▶영어교육의 현주소=지난 1일 윤관석 국회의원(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유아대상 영어반 개설 학원 현황'을 살펴보면 제주자치도가 91만5000원으로 전국 17개 시·도(세종시 포함)중에 가장 비싼 지역으로 꼽혔다. 이런 학원이 도내에만 10곳이 존재한단다.

영어교육은 한국사회가 세계화를 외치면서 강조되기 시작했고 이후 사교육 시장에서 영어교육 광풍이 불면서 교습비용이 수 백만원에 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영어는 취업과 이후 직장생활을 이어가는데 필수 이수과목처렴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영어 사교육 비용이 도를 넘어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고, 입시 위주의 영어교육에 따른 폐해도 커 이를 개선하는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영어학원의 경우 계속되는 레벨 시험으로 인해 아이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커 영어 공부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들엄시민'은=현재 '들엄시민' 1기에는 이호정(남녕고 1·여)·김민지(사대부고1·여)·한다인(제주외고1·여)·강원혁(대기고1)·이현정(남녕고1)·강인지(제주여고1·여)·김수경(남녕고1·여) 학생 등 7명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하는 김윤현(대기고3)군은 입시 공부를 위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5년 전 영어교육 광풍이 몰아치면서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대안교육을 모색하기 위해 '들엄시민'이란 학부모 모임이 조직됐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1기 학생들은 자막 없이 외국영화, 애니메이션 등을 보면서 듣기능력을 향상시켰다. 이어서 학생들이 중학교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영어로 된 원서를 읽기 시작했고, 이제는 일주일에 1~2회 모여 책읽기와 기사읽기 등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아이들 스스로가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TV를 시청하지 않기도 하고, 영어 성적에 대한 부담·압박감을 떨쳐야 하는 등 역경 아닌 역경을 이겨내야 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에 대한 결과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이 가져다 주는 불안감을 이겨내야 했다.

고정림 중문중 교사는 "'들엄시민'을 보면서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아이들에게 좋은 또래집단을 만들어 줬다'와 '두려움(언어)이 없다는 것"이라며 "또 평가를 최소화해 영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줬다. 부담을 던 아이들은 영어에 대한 흥미가 계속해서 늘었고, 실력 또한 상당한 수준까지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귀1초등학교에서 열린 '들엄시민' 어머니 모임 간담회. 김명선기자

▶"들엄시민 다 잘될 꺼우다"='들엄시민' 모임은 현재 남광초와 하귀1초 2곳에 있다. 지난 5일 하귀1초에서 어머니 모임이 열렸는데, 어머니들이 바라보는 '들엄시민'의 교육효과를 엳들을 수 있었다. 남경림(39)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까지 쫓아다니면서 열성적으로 영어를 가르쳤었다. 그러나 어느날 아들 준혁이가 "엄마 나 이제 영어공부 안하면 안돼"라고 묻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며 "'들엄시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지켜보고 있는데 조금씩 달라지는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옥(41)씨는 "남편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문 강사이고, 나 또한 학원강사를 했기 때문에 영어교육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아이들을 키우면서 학원에는 절대 보내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들엄시민'을 시작했고, 영어에 조금씩 흥미를 보이는 딸아이 가람이에게 최근 책 읽어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은정(39)씨는 "그동안 다른 부모들과 비슷하게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학원에 가도록 하고 학습지를 받으면서 학습해 왔다"며 "멀쩡하게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게 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다른 예체능도 학원도 마찬가지였는데, '들엄시민'을 시작하고 나서는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은 무척 만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정(38)씨는 "아들 성준이가 눈이 조금 불편해 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서 영상시청을 해야 하는 '들엄시민'을 시작하는 게 망설여졌다"며 "최근 아이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 2달정도 쉬었다. 하지만 입시에 틀을 맞춘 영어교육을 하고 싶지 않아 '들엄시민'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옥림(40)씨는 "첫 아이인 현서를 누구보다 애지중지 키웠다. 7살에 영어공부를 시작했고, 과외도 시키고 해봤는데 성적이 많이 좋아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들엄시민'을 시작한 후 현서 스스로가 영어를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빠른 시간에 빨리 변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세하(하귀1초 5)양의 어머니는 "세하 스스로가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해 6살때부터 학원에 보냈다. 딸 아이는 성적 또한 상위권인 모범생"이라며 "하지만 세하가 학원 시스템에 맞춰 생활하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학원에 그만다니게 했다. 학원을 그만 두는 것에 대한 갈등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희 하귀1초 교사는 "'들엄시민'을 시작하면서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학원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면 제대로된 교육을 할 수 없다"며 아이들에게 건전한 또래집단을 만들어 주고, 스스로 학습법을 터득하면서 인성교육도 함께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에서 자유로운 아이들로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문 제주도의회 교육위원 "작은 변화의 의미에 관심을"

현재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두 가지 정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려움'과 '피로'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 사례가 '영어교육'이다. 아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쉽게 벗지 못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영어교육 행렬이 쉼없이 이어진다.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몸과 정신을 혹사한다. 몸과 정신은 피로로 피폐해진다. 그런데 비극은, 두려움은 더 큰 두려움으로 우리 앞에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감수한 피로의 반복을 계속해야 하는 끔찍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교육에 얼마나 투자해야 만족할만한 지점을 찾을 수 있을까. 대체 얼마나 공부해야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자신있게 답할 이들은 몇 없을 것이다. 왜일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은 '실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은 우리들이 스스로 만들어놓은 감옥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엄청난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실체없는 두려운 존재. '영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있다. 바로 '들엄시민'이다.

'들엄시민'은 영어교육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고민하고, 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이다. '들엄시민'에서는 영어 사교육이 없다. 이 모임에서 영어는 절대적으로 즐겁고 자유롭게 습득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각 가정의 아이들은 집에서 자유롭게 자막없이 영화를 보면서 영어 원음을 듣고 있다. 자막의 도움없이 아이들은 반복적으로 영어 원음을 들으면서(들엄시민:듣다 보면 의 제주어) 영어와 귀를 친숙하게 한다. 이 같은 방법에 학부모들은 처음에 굉장히 불안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적처럼 아이들은 자막 없이도 영어를 듣기 시작했다. 사교육 없이도 영어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갔다. 학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들엄시민'의 효과를 입증했다. 부모들의 신뢰와 자신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직 영어를 재밌고 자유롭게 습득한 결과다.

'들엄시민'의 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영어는 더 이상 '두렵거나' '피곤한' 존재가 아니다. 친숙하고 흥미로운 친구와 같다. 굳이 강제하지 않아도 이제는 아이들이 스스로 영어를 듣고 읽는다. 그러면서 '들엄시민'에 참여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수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럴수록 영어는 강압적 교육방식과 높은 금전부담을 감수해야 잘 할 수 있다는 편견이 서서히 깨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이 있다면 '들엄시민'의 문을 두드릴 것을 권한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00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