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TV방송에서 슈퍼 갑 계약직의 드라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자격증 124개를 보유한 그녀는 기본적인 사무 업무에서 통역 등의 대외 업무, 사무 용품 및 비품 수리 등 다양한 업무가 단독으로 가능하며 이와 관련된 '미스김 사용 설명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와는 다르다. 업무를 시행함에 있어도 단독으로 무엇인가를 해나가기 보다는 타인과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재활의학과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참으로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이 재활의학과를 찾기 마련이며 같은 질환을 지닌 환자라도 환자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뇌졸중이나 뇌질환, 척수 손상, 뇌성마비, 만성 통증 환자 뿐 아니라 암환자, 폐렴 환자, 심장 환자, 만성 호흡 부전 환자, 당뇨 환자, 관절염 환자, 욕창 환자, 음성 장애 환자 등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의 검사 혹은 치료를 위해 재활의학과를 내원하거나 다른 과의 의뢰를 받는다.
오랜 기간 동안의 투병 생활로 근력이 떨어져 걷지 못하는 이유로 침상 재활을 의뢰 받거나, 폐렴으로 입원했지만 사래가 들어 먹지를 못해 연하 재활을 의뢰 받기도 한다. 심지어 축구를 시작하는 새내기 선수들의 심장 검사 등도 심장 내과와의 협진을 통해 재활의학과에서 이루어진다. 이렇듯 다양한 환자들의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재활의학과는 팀으로 이루어진다.
재활의학과 의사가 환자를 평가하고 처방을 내면 운동 및 통증 부분은 물리 치료사가, 일상생활 동작 훈련 및 인지 재활, 상지 기능의 호전을 위한 재활은 작업 치료사가 맡는다. 실어증이나 구음장애, 음성 장애 환자의 재활은 언어 치료사가, 심장 기능 평가나 고위험 환자의 운동은 운동 치료사가 시행한다.
재활의학과에도 '재활 사용 설명서'는 존재한다. 어느 누구도 '미스김'처럼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이는 없지만, 다양환 환자의 다양한 질환에 대해 모두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약간의 호전에도 기뻐하고 행복해 한다.
비록 회복 기간이 더디고 완전하지 않다고 간혹 재활의학과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느 누구도 평생 한번이라도 재활의학과 방문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차근 차근 재활 사용설명서를 읽어 보시면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환자분과 보호자 분들에게 행복과 만족감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한은영 제주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