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당굿 기록](16)위미2·3리 영등굿

[제주당굿 기록](16)위미2·3리 영등굿
"상당수 상군 해녀 처음으로 100kg 넘는 소라 채취"
  • 입력 : 2013. 09.26(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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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경사를 맞은 위미2·3리 해녀들이 정성스레 영등굿을 집전하고 있다. 올해는 영등굿에 앞서 성주풀이 굿이 열렸다. 김명선기자

30여년만에 겹경사 맞아 영등철에 큰 굿 열려
해녀 안전조업 풍어·풍농 가족 무사안녕 기원


지난 겨울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2·3리 해녀들은 바다를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소라잡이에 나선 상군 해녀들이 100kg 이상을 채취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인지 올해 치러진 영등굿 앞서 당클까지 올려가며 30여년만에 성주풀이 굿을 했다.

제주에서 큰굿을 하게되면 상위 사당클을 볼 수가 있다. 사당클은 네 군데의 신위의 설반(設飯)을 뜻하는 것으로서 굿할 때 보통 그 집 마루 네 구석쪽에 길다란 널판지로 매어달는 신위의 제상을 말한다.(제주무속학사전)

신복만 심방은 "위미2·3리 해녀들이 당클을 올려 굿을 진행하는 것은 그만큼 정성을 많이 들이겠다는 뜻"이라며 "거친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일을 하는 강인한 제주해녀들에게 신은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는 존재와 같다면서 이러한 신에게 매년 음력 1월이나 2월에 정성을 들여 제를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40년전까지만해도 이 마을 해녀들은 영등할망이 제주를 내방할때면 3~4일씩 굿을 했단다. 이후 정부에서 새마을운동을 하면서 무신타파 운동까지 병행하면서 제주의 굿이 쇠락하기도 했다는데 이때 위미2·3리의 영등굿도 간소화 됐다고 한다.

위미2리어촌계도 음력 1월과 2월에 두차례 굿을 하면서 그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지난 겨울 바다에서 큰 수확을 올리게 되면서 30년만에 성주풀이 굿을 하게된 것이다.

강애선 위미2리 어촌계장은 "이전까지 물질을 하면서 100kg 이상 소라를 채취하는 해녀를 봐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당수 상군 해녀들이 100kg이상씩 소라를 잡아와 동료 해녀들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도 함께 놀랐다"며 "이처럼 한 가족의 어머니인 해녀들에게 좋은 일이 생긴 것은 그 가족에게도 함께 기쁨을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신이 우리를 잘 보살펴 줬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생기는 것 같아 올해 굿은 다른 해와 달리 크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에서도 따뜻한 남쪽에 위치한 위미 마을은 감귤농사가 잘돼 부자마을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이러다 보니 예전에는 한달에 15일정도 해녀들이 물질을 했는데 현재는 4~6일 정도만 한단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날이 줄어든 만큼 한번 바다에 나갈때마다 소라 등을 채취하는 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임에도 올해는 평년에 비해 2~3배정도 소라 채취량이 늘었다고 하니 영등할망에게 더 정성을 들여 다가오는 겨울에도 바다에서 물건이 많이 나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성주풀이=성주신은 집이나 건물을 수호하는 신이지만, 청하여 맞아들이지 않으면 오지 않는 신이다. 이 때문에 각 지방에 따라 집을 짓거나 다 짓고 난 뒤에는 이 성주신을 맞아들이는 의례나 굿을 하는 것이다. 제주에서 행하는 성주풀이는 집이나 건물을 다 짓고 나면 적당한 날을 택일하고 심방에게 의뢰해서 행하는 작은 굿으로, 성주신에게 집 안의 무사 안녕과 번창을 기원하는 무속 의례이다.

※영등할망=육지의 해안 지방에서는 풍신(바람신)으로서의 개념이 강하지만 제주 지역에서는 해산물이나 농작물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풍농신으로 더 알려진 신이다.

구전에 의하면 영등할망은 음력 2월 초하룻날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 있는 '복덕개'라는 포구로 들어온 다음 먼저 한라산에 올라가 오백장군에게 문안을 드리고, 어승생 단골머리부터 시작하여 제주 곳곳을 돌며 봉숭아꽃·동백꽃 구경을 한다.

그러고는 세경 너른 땅에는 열두 시만국 씨를 뿌려 주고, 갯가 연변에는 우뭇가사리·전각·편포·소라·전복·미역 등을 많이 자라게 씨를 뿌리고는, 15일 우도를 거쳐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는 내방신(來訪神)이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는 2월을 '영등달'이라고 부르며 영등굿을 벌여 영등할망을 대접하는데, 초하룻날은 영등할망을 맞는 영등 환영제를 하며 12일에서 15일 사이에는 영등할망을 보내는 영등 송별제를 연다.

[위미2·3리 영등굿의 단골/강애선 위미2리 어촌계장]"바다에 물건이 넘쳐나니 신이 날 수밖에 없어요"

"다른해와 비교해 지난 겨울 바다에서는 소라 등이 2~3배까지 많이 잡혀 해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밖에 없었어요."

올해 위미2리어촌계에는 겹경사가 찾아왔다. 바다에서는 소라가 넘쳐났고, 강애선(62·여·사진) 어촌계장이 해녀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하게된 것이다.

제주에서 위미마을은 감귤농사가 잘되어 부자마을로 소문이 나 있다. 감귤농사만 지어도 충분히 먹고 살만할 것 같은 이 마을에 여성 상당수가 해녀일을 병행하고 있다.

억척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제주여성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강 계장은 "수년전까지만해도 90여명에 달하던 해녀의 수가 점차 고령화 되고 돌아가시기까지 하면서 현재는 60여명으로 줄었다"며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는 고령의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고 할때면 걱정이 앞서지만, 평생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오신 분들에게 바다로 들어가지 말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면서 안전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 계장은 "해녀들의 안전을 위해 매년 굿을 하고 있다. 안전 조업 외에도 풍어와 풍농, 가족의 무사안녕까지 함께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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