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소비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인가

상품소비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인가
리처드 로빈슨의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 입력 : 2014. 03.1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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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문화 탄생과 확대
불평등 심화· 환경파괴 문제
금융체제 개혁 등 대안 모색

지난 2월 14일은 세계적으로 초콜릿 소비가 정점에 달하는 밸런타인데이였다. 어느 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화이트데이(3월 14일), 짜장면데이(블랙데이, 4월 14일), 빼빼로데이(11월 11일) 등 온갖 그럴 듯한 '데이'가 기업이나 상인들의 영향으로 새로운 풍속이 됐다. 이를 보면 "오직 소비자가 되는 것 말고는 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느껴진다.

지난 400~600년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무역과 상품 소비가 더 나은 삶을 위한 궁극적 원천이라는 사상을 끊임없이 유포해온 문화와 사회가 이제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 문화와 사회는 우리 역사상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것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확대, 환경파괴, 대량 아사, 사회불안과 같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는 이런 문제들을 자신과 상관이 없거나 먼 훗날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긴다. 과연 그런가.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여러 차례 우수 교수상을 수상한 리처드 로빈슨(뉴욕주립대 석좌교수)이 쓴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이같은 전 지구적 문제들을 분석해놓았다. 자본주의 문화가 어떻게, 왜 형성됐으며 그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지를 치밀하게 논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자본주의 문화는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에게서 생산수단을 빼앗아갔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노동력에 의지해 살 수 밖에 없었다. 나아가 세계 곳곳의 문화적 다양성을 없애고 특정한 지역성과 공동체에 대한 구속이나 의무를 제거한다.

자본주의 문화의 주요 요소 즉 소비자, 노동자, 자본가, 국민국가는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것들의 소유가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거나 중요한 가치라면 생산자들이 물건이나 도구를 사도록 설득하기 위해 1년에 5000억 달러나 되는 큰돈을 광고 비용으로 낭비할 이유가 없다.

지은이는 파국적인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금융체제 개혁'을 거론했다. 더이상 금융 권력이 전 세계의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해서는 안되며 지속적인 성장이 결국 부채로 유지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부채와 이자 상환에 의존하지 않는 금융체계를 구축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가치관을 바꾸는 일도 필요하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모든 요소 가운데 가장 고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소비 행태"라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1998년 초판을 찍은 이래 2013년까지 다양한 통계자료와 사례들을 보강하며 여섯차례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이번 한국어판은 2010년도 개정 5판을 저본으로 번역했다. 김병순 옮김. 돌베개.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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