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안효수·방소영 한의사 부부

[제주愛 빠지다]안효수·방소영 한의사 부부
귀촌 결정하고 시골에 산지 8년째
  • 입력 : 2014. 05.09(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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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가을 회의 참석차 아이들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에 왔다가 그해 겨울 정착한 안효수·방소영 한의사 부부는 '할망' 환자들과 어울리며 모슬포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표성준기자

2007년 1월 한의원 개원
할망 환자들과 찰떡궁합
"제주도 급변해 안타까워"

공부가 싫고 노는 게 제일 좋다던 초등학생 딸이 어느 날 학교를 파하고 돌아온 뒤 아빠를 찾았다. "아빠 나한테 너무 실망하지마. 나 12등했다." 한 학급 학생수가 12명에 불과하고 한 학년에 한 학급뿐인 학교였다. 아빠는 완곡한 표현으로 꼴찌를 했다고 고백하는 딸을 격려했다. "당당히 얘기하는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안효수·방소영 부부는 서울대학교 생물학과 86학번 동기다. 대학 졸업 후 다른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친구사이로 지내던 이들은 1996년 "남은 사람이 없어 서로 구제하기로 합의"하고 부부가 됐다. 그리고 소영씨가 한의대에 먼저 입학한 뒤 효수씨가 2년 늦게 뒤를 따랐다.

한의대 졸업 후 소영씨는 부천에서, 효수씨는 서울 중구에서 한의원을 개업해 아들과 딸을 가진 단란한 가정을 이뤘다. 그러다 셋째 출산이 임박한 2006년 10월, 한의사협회가 제주에서 마련한 회의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한 부부는 망설이지 않고 귀촌을 결정했다. "40대가 되기 전에 시골에 정착하려고 했는데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해서 '바로 여기구나' 결정했죠." "우리말 쓰는 사람들이 사는, 외국 분위기가 나는" 제주도 이주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인의 도움으로 제주시내도 서귀포시내도 아닌 대정읍에 자리를 마련해 2007년 1월 8일 한의원을 개원했다.

"처음엔 '1년 버티든 10년 버티든 결국 가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다들 말렸어요." 맘씨 좋아 보이는 부부 한의사가 먼저 웃음을 보여도 마음을 열지 않는 '할망'과 '하르방' 환자들도 그랬다. "언제 올라갈거?"라고 묻는가 하면 한의원 2층을 증축할 땐 "망하면 어떡할거?"라고 묻는 환자도 있었다.

제주도는 노인들의 노동강도가 센지라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아프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아프다는 답변으로 이해한 부부 한의사는 노인 환자들의 말벗이 되어 제주의 현대사가 오롯이 담긴 모슬포 노인들의 가정사까지 속속들이 접하게 됐다. "처음에 언제 올라가냐고 묻던 할망들이 한 2~3년쯤 지난 뒤에는 '그때 내가 말한 거 맘에 두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부부는 모슬포 사람이 되어갔다.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하고, 제주도 중에서도 모슬포를 선택한 부부는 지난 8년간 목격한 제주의 변화가 안타깝다. "우리가 내려올 때만 해도 지금처럼 번잡하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시골 구석까지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들어서고, 곳곳의 땅값이 오르면서 개발 광풍이 지나쳐가는 느낌이 들죠.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발은 필수적이겠지만 너무 파괴되어 가는 요즘의 제주도에 대해서는 실망이 많습니다."

처음 이주 당시 먼저 제주에 정착해 한의원을 개원했던 친구는 "우리는 떠나고 싶은데 왜 오느냐"고 말렸다. 말렸던 친구는 제주를 떠났지만 이들의 제주 정착기는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주말마다 송악산을 산책할 수 있는 여유와 할망들과의 궁합이 맞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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