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들이 일구는 먹거리 혁명

도시농부들이 일구는 먹거리 혁명
제니퍼 코크럴킹의 '푸드 앤 더 시티'
  • 입력 : 2014. 06.0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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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식량불안정 심각해
식품 체계 대안 찾기 모색
도시농업 지속가능한 미래

미국인의 3분의 2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푸드뱅크 서비스 등 기아구제 프로그램 수요는 해마다 두 자리 숫자로 늘어간다.

10억명의 사람들이 과식을 하고 있을 때 또 다른 10억명은 매일 밤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고 있다. 지구에는 식량이 먹고 남을 만큼 충분한데도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 적거나 질 나쁜 음식을 먹는다. 먹거리 위기가 선진국의 예산을 압도할 정도로 건강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도시는 지구의 축소판이다. 식량 불안정은 농촌 지역이나 교외보다 대도시 안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시장이나 식품점이 없는 도시내 지역을 가리키는 '식품사막'이 늘고 있어서다. '식품사막'에서는 주민들이 건강하고 신선한 천연식품에 접근하기 어렵다. 부유한 소비자들이 이사한 교외로 식품점도 덩달아 옮겨가기 때문이다. 도심부 저소득층 지역엔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만 남는다.

경제적, 물리적으로 좋은 먹거리를 접할 수 없는 '식품사막'의 사람들은 천연 식품을 알아보는 법과 기초적인 식재료로 식사를 준비하는 법을 잊어버리거나 배우지 못하게 된다. 일종의 '식맹'이 되는 셈이다.

캐나다의 푸드 저널리스트 제니퍼 코크럴킹의 '푸드 앤 더 시티'는 심각한 현실에 처해있는 식품 체계의 대안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을 담고 있다. 5년에 걸쳐 파리, 런던, LA, 벤쿠버, 토론토, 밀워키, 쿠바 등 전 세계 도시농업과 먹거리 혁명의 현장을 찾아내고 발로 뛰며 취재했다. 뒷마당에서 닭을 치는 토론토, 도시의 콘크리트 정글 속 건물 옥상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뉴욕과 런던, 온 나라가 도시농업을 국가 식량 체계의 주춧돌로 받아들인 쿠바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포장식품과 패스트푸드가 넘쳐나고 농약과 항생제, 방부제로 좋은 빛깔을 내는 산업적 식품들은 이제 인류의 건강만이 아니라 환경과 에너지, 생태계, 안전까지 위협하는 단계에 와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구제역,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유기농, 웰빙, 무상급식 같은 이슈는 미디어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과 혁신적인 지방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결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화단 가장자리나 화분에 오이나 상추를 길러먹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닭을 기르고 꿀벌을 치고 포도를 수확해 판매용 와인을 생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은이는 "도시농업이 그저 한때 반짝하는 '녹색 유행'이 아니며 이 운동의 열기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우 옮김. 삼천리.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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