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가 메르켈을 호출했다

위기의 시대가 메르켈을 호출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의 메르켈 전기
  • 입력 : 2014. 06.2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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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총리임기 수행
구동독 체제서 유년기
침묵과 무심함이 큰 힘

"다방면의 존재론적 위기가 유럽과 독일 정치를 강타하지 않았더라면 앙겔라 메르켈과 독일은 그렇게 막대한 권력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고, 메르켈은 유럽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지도자로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부러 위기를 맞으려는 정치가는 없다. 위기는 저절로 와서 모든 것을 휘저어 놓고 달력을 지배하고 정치를 마비시킨다. 위기의 리듬을 바꾸고 정치의 박자를 따르게 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다. 위기는 메르켈을 강하게 만들었다."

메르켈은 소련 주둔지였던 구동독 탬플린 지역의 개신교 목사 집에서 태어나 자랐다. 청년 시절엔 배낭여행자로 트리빌시에서 노숙하며 사회주의의 쇠락을 경험했다. 물리학을 전공해 자연과학자가 된 메르켈은 궁극적으로 '학문적 발견'을 통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가 쓴 '위기의 시대 메르켈의 시대'는 독일이 선택한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최초의 동독 출신 총리인 메르켈의 신념과 리더십을 역동적으로 다룬 책이다. 메르켈은 현재 세 번째 총리 임기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로 '위기 시대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치인 모델을 찾던 우리에겐 메르켈의 전기가 의미있게 다가온다.

여성이 정부 수뇌부에 오르는 일은 드물다. 그래서 여성 정치가들은 기본적으로 남성들보다 더 신랄한 평가를 받게 된다. 메르켈은 두 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어떤 냉혹한 임무에도 끄덕 없다는 점,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그의 가장 큰 힘은 침묵과 무심함에 있다. 멋진 말로 대중을 설득하기 보다는 침묵과 행동으로 자신의 정책을 하나씩 관철시켰다. 특유의 무심함으로 권모술수의 정치인들을 제압했다. 논쟁의 자리에선 강력한 논거와 신념으로 임하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대연정 등 연합 정치를 통한 '반걸음'의 진전을 선호했다. 그는 역사가 그렇게 조금씩 전진한다는 것을 믿었다.

메르켈 총리는 자유의 나라 미국을 동경했고 러시아의 푸틴과 적대적 관계였지만 자국의 이익과 보편적 정의라는 관점에서 외교 정책을 결정했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과오를 통렬히 성찰했고 이스라엘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다하려 한다.

지은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메르켈은 폐쇄적인 정치체제(구동독체제)에서도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잃지 않고 자랄 수 있음을 증명했고 더 나아가 한 나라를 통일하고 화해시키는 능력을 발휘했다"며 "독일 총리의 인생 여정과 정치 업적이 한국 독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배명자 옮김. 책담.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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