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섬, 제주의 유전자를 생각한다

건축의 섬, 제주의 유전자를 생각한다
  • 입력 : 2014. 11.2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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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윤·박길룡·이재성의 '제주체'
문화경관 빚는 제주건축 40선
"서울·외국 건축가 의존도 커

원형질 캐내려는 노력 중요"

안도 타다오, 이타미 준, 마리오 보타, 리카르도 레고레타, 승효상, 정기용, 조민석. 지금 제주는 현대건축의 경연장 같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의 작품이 경쟁하듯 들어서있다. 이들은 제주의 자연적 성질이나 인문적 특성과 어울려 또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어떤 이는 제주를 '건축의 섬'이라고 부른다.

건축가 김석윤, 비평가 박길룡, 건축 사진가 이재성씨가 공동으로 작업한 '제주체'는 건축이 만들어낸 제주섬의 문화경관을 읽어낸 건축 가이드북이다. 지역의 토착 정보를 바탕에 깔고 조금 먼 미래의 시선으로 조감하며 사진으로 시각적 이해를 전하는 3차원적 접근으로 우리를 제주 현대건축여행으로 이끈다.

김석윤 건축가가 2010년 한라일보에 연재했던 '김석윤의 제주건축탐방'이 그 시작이었다. 토박이 건축가의 눈으로 이미 제주땅에 있었거나 이제 막 얼굴을 드러낸 건축을 담아냈던 글이다. 지역 건축가는 거기에 오래있어서 가깝기 때문에 더 잘 볼 것이다. 다만 시선을 멀리 둔 객관적 시점을 필요로 한다. 사진은 언어가 거짓을 전할 때 사실을 증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3명의 전문가는 그런 역할을 사이좋게 분담했고 제주 현대건축 40개 작품을 골라내 건축 에세이를 써내려갔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포도호텔까지 그 빛깔이 다채롭지만 고립된 섬으로 오랫동안 고유의 유전자를 간직해온 제주의 독특한 성질과 어울린 현대건축이 펼쳐진다.

제주는 말 그대로 바다 건너 땅이다. 거친 바람은 건축을 웅크리게 한다. 햇빛은 공간을 열게 만든다. 검은 돌은 성깔을 부린다. 건축은 풍광을 닮을 수 밖에 없다. 어느 건축가라도 제주에 발디디면 그 풍토를 따라 건축의 태도를 바꾸기 마련이다.

불과 20여년 동안 제주라는 텃밭에서 현대건축이 어떤 문화경관을 만들어냈는지 찾아나선 이 책은 경계의 목소리도 늦추지 않는다. 지금, 여기 제주의 건축은 서울과 외국 건축가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다. 지방의 건축 문화에 관료주의가 개입되면 어눌한 경관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제주 건축에 내재한 토착적 성질을 더 캐내고 제주의 건축가를 더 모아야 한다. 자연에 삶이 지혜롭게 다가가서 새로운 문화적 타협을 통해 문화경관을 이루는 게 건축의 목적이라고 할 때, 제주에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은 좀 더 특별해진다. 중앙을 곁눈질 말고 지방이 지닌 원시의 투박함을 새길 때다. 도서출판디.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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